집 사라 vs 사지 마라 정부만 믿었다가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5일 22시 30분


■ 정부-지자체 등 주택정책 엇박자… 시장 혼란

국토해양부가 10일 ‘5·10 주택거래 정상화 방안’을 통해 규제완화 방침을 내놨지만 시장은 혼란스러워했다. 금융위원회 등 다른 부처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주택 건설과 거래를 위축시키는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은 ‘집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건설업계는 ‘집을 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푸념을 쏟아내고 있다.

○ ‘집 사라’ vs ‘사지 마라’

국토부가 내놓은 ‘5·10 대책’은 집값 상승기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대책 발표 때 “신규 아파트 입주나 이사를 해야 하는 국민의 불편을 덜어주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여유가 되면 집을 사라는 신호를 시장에 준 것이다.

하루 전인 9일 서울시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원순 씨의 희망둥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서울시는 ‘임대주택=저소득층 거주’라는 사회 인식을 바꾸겠다며 임대주택을 분양주택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분양주택과 똑같은 임대주택이 많이 나오면 굳이 집을 살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현 정부가 출범 초기에 주변 시세의 절반인 보금자리주택을 내놓겠다고 하자 실수요자들이 보금자리주택만 바라보고 전·월세 시장에 대기하면서 주택 경기침체가 가속화됐다.

일대일 재건축 면적제한 완화 등 재건축 시장의 수익성을 높여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방안이 현실화될지도 서울시에 달려 있다. 뉴타운 출구전략, 소형의무비율 상향 등 재건축 규제에 방점을 찍고 있는 서울시가 어떻게 대응할지 시장에서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 ‘지어라’ vs ‘짓지 마라’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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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건설업계도 혼란스러워한다. 금융위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동일 기업의 신용보증 한도를 총 신용보증 재원의 30%에서 5%로 줄이는 조항이 담겼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소형 주택을 많이 지으라고 주택기금 대출을 늘리고 이자를 줄여주면서, 한편으로는 주택 건설에 필요한 보증을 제한하고 있다”며 “완전히 상반된 조치여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입법예고한 환경영향평가법 개정령의 총면적 20만 m² 이상 건축물의 환경영향평가 신설도 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추진해온 도시형생활주택을 놓고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10일 대책에서 2, 3인용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주택기금 지원을 확대하고, 주민공동생활시설(공동이용 거실, 취사장 등)을 설치하는 경우 그 면적은 용적률 산정에서 제외하는 등 장려책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달 국토부가 도시형생활주택 주차장 기준을 지자체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자 각 지자체에서는 전용면적 60m²당 1대인 주차장 설치 기준을 30m²당 1대까지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차장 건립 기준을 강화하면 사업성이 악화돼 더 지을 수 없다고 한숨짓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정부는 대책을 내놓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국토해양부#주택거래#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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