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로 ‘태양’을 뜻하는 현대차의 ‘쏠라리스’는 국내에서는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그야말로 ‘만드는 즉시’ 팔려 나갈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엑센트’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 차는 올 들어 2월 말까지 러시아 시장에서 모두 1만6480대가 팔려 작년 같은 기간 3406대보다 판매가 384% 늘었다.
러시아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될 정도로 인정받는 쏠라리스는 현대차가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현지 전략 모델이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 호조에는 쏠라리스와 같은 현지 전략 차종이 자리 잡고 있다.
전략 차종이 가장 많은 곳은 인도다. 현대차는 2007년부터 인도 시장에서 ‘i10’ ‘i20’ ‘이온’ 등 3개의 현지 전략 모델을 내놨다. 현대차 최초의 해외공장 전용 모델인 i10(1100cc)은 소형차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인도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이후 2월까지 57만5522대가 팔렸다. 기세를 몰아 현대차는 2008년 1200cc와 1400cc 두 엔진을 장착한 i20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이온을 선보였다. 현대차는 “인도 경차 시장이 커지면서 800cc급인 이온을 선보였다”며 “2월에 처음으로 월 판매 1만 대를 넘어섰고, 전체 차종 중 판매 순위 5위에 오를 정도로 성공적”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전략 차종은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출시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대차의 ‘위에둥(悅動)’이, 유럽에서는 기아자동차의 ‘씨드’가 대표적이다. ‘아반떼’를 토대로 제작된 위에둥은 현대차가 중국형 모델 개발을 위해 마련한 태스크포스팀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태어났다. 씨드는 유럽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기아차 유럽본부에서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지휘했다. 각각 2007년과 2008년 선을 보인 씨드와 위에둥은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61만여 대, 78만여 대가 팔려나갔다.
이처럼 현지 전략 모델이 큰 인기를 끄는 것은 각 시장의 상황에 맞는 제품 특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기본 뼈대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델과 동일하지만 세부적인 특성은 모두 다르다. 예컨대 이온은 원가 절감에 큰 신경을 썼다. 현대차는 “부품의 현지 조달에 최대한 신경을 썼고, 에어컨과 오디오 같은 편의품목도 기능을 간소화한 저가형 모델을 적용했다”며 “다만 인도 소비자들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세련미를 갖춘 외장 디자인 구축에 큰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또 쏠라리스는 눈이 많고 추운 러시아의 기후 특성에 맞는 편의품목을 갖추는 데 중점을 뒀다. 얼지 않도록 다른 모델보다 용량이 큰 4L 대용량 워셔액 탱크를 설치했고, 중형급 이상 차량에서만 볼 수 있었던 와이퍼 결빙방지 장치도 채택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관계자는 “급출발과 급제동이 빈번한 러시아의 운전문화를 고려해 ‘급제동 경보장치’를 달았고, 헤드램프를 계속 켜 놓는 운전자가 많아 헤드램프도 수명이 긴 것을 장착했다”며 “사소해 보일 수 있는 편의품목이지만 현지 운전자들의 호응은 뜨겁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