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LG그룹 사내방송에 40대 미혼인 민현정 LG전자 MC사업본부 부장(44·여)이 등장했다. 19세에 고졸 사원으로 입사해 결혼도 잊은 채 25년간 일에 매달린 민 부장은 방송에서 직원들의 도움으로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로 변신했다. ‘민 부장 변신’ 동영상은 이날 하루 LG 사내 인트라넷에서 조회수가 6000여 건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
LG그룹은 지난달 30일 사내방송을 통해 즐거운 일터 만들기를 위해 직원 변신 프로그램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첫 방송의 주인공인 민현정 부장은 “회사 생활 중 가장 뜻깊은 순간”이라며 감동했다. LG그룹 제공
올해 창립 65주년을 맞은 LG그룹이 ‘임직원 기 살리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외부 고객은 물론 내부 고객까지 배려하는 조직문화가 먼저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구본무 LG 회장이 “뼛속까지 바꿀 마음으로 끝을 보라”며 ‘독한 LG’로의 변신을 주문하는 동시에 ‘창의와 자율’을 중시하는 즐거운 일터 만들기를 독려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1일 LG에 따르면 사내방송 팀은 ‘임직원 기 살리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지난달 30일부터 매주 두 차례 ‘LG 메이크 오버’(직원 변신 프로그램)를 내보내고 있다. 2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택된 첫 방송의 주인공이 민 부장. 2월 중순 직원들이 민 부장 몰래 “청춘을 모두 LG에 쏟아 부어 연애도 못해본 부장님을 꼭 변신시켜 달라”고 사연을 보냈다.
사연이 채택되자 LG 각 계열사 직원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LG생활건강은 유명 연예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불러 민 부장의 밋밋한 화장부터 바꿨다. LG패션 TNGT 소속 직원들은 목티와 바지만 입던 민 부장을 트렌치코트에 머플러를 걸친 멋쟁이 ‘골드미스’로 바꿨다. 곤지암리조트는 민 부장을 초대해 스파 서비스를 해줬다. 스파 입구에 그녀만을 위한 레드카펫까지 깔았다. 방송 제작진은 맞선도 주선했다. 민 부장은 방송에서 “그동안 ‘나는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자신감을 갖고 회사 생활을 하겠다”고 말했다.
직원 변신 프로그램은 구 회장의 ‘즐거운 일터 만들기’ 특명에 따른 것이다. 구 회장은 2010년 7월 연구인력 격려 만찬 자리에서 “똑똑한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겁게 일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창의와 자율의 문화’를 강조한 바 있다.
LG는 직원 변신 프로그램에 기대 이상의 반응이 나오자, 이를 임직원 가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달 중 방영될 두 번째 주인공은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서동섭 씨의 모친. 서 씨는 “난소암으로 4년째 투병 중인 어머니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사연을 보냈다. LG 직원들은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진 서 씨의 어머니에게 맞춤형 가발을 선물하고, 5월 결혼을 앞둔 서 씨와의 여행을 주선하는 등 ‘특별한 하루’를 준비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직원들이 즐겁게 일해야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만들 수 있다”며 “임직원과 가족에게 감동을 선물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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