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50년]사람냄새 물씬, 노량진수산시장, 첨단의 옷 입다

  • 동아일보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의 아침은 신선한 바다내음이 넘쳐흐른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서울 수도권의 최대 수산물 도매시장으로 전체 물량의 40%를 공급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의 아침은 신선한 바다내음이 넘쳐흐른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서울 수도권의 최대 수산물 도매시장으로 전체 물량의 40%를 공급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노량진 수산시장은 지금 활기가 넘친다. 컨테이너 박스 같았던 노량진 시장이 41년 만에 대형마트 못지않은 청결하고 신선한 현대식 건물로 재탄생하기 때문이다. 노량진시장의 현대화 소식을 들은 상인들은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시설이 낡고 지저분한 데다 난방도 되지 않았는데 첨단 건물 안으로 시장이 들어가게 되면 장사하기도 편해지고 손님들도 안심하고 시장을 찾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이 새옷으로 갈아입는 것은 85년 역사상 처음이다. 11월부터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해 2015년에는 총면적 11만8346m²에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의 건물로 재탄생하게 된다.(오른쪽 조감도) 현대화 사업에는 2024억 원이 투입된다. 시장 인근의 대체용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비축기지 부지에 새 건물을 신축하기 때문에 공사 기간에도 기존 시장의 영업은 차질이 없다.

현대화사업이 완료되면 노량진 수산시장은 옛 모습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확 달라진다. 2015년 노량진 수산시장은 자동 경매 시스템, 창고 관리 바코드 시스템 등 현대적인 운영체계를 갖춘다. 지열과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우수·중수·지하수 등을 재활용하는 친환경 시설로 거듭나게 된다.

제품의 경쟁력도 대형마트 수준으로 대폭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저온 경매, 냉장 유통망 등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수협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이 산지에서 출하돼 바로 올라온 상품을 중개상을 통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며 “시장 현대화는 곧 재래상권과 영세상인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1927년 경성수산주식회사로 시작해 서울 및 수도권의 최대 수산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 및 수도권 도매물량의 40%가 거래되고 매일 3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시민들의 삶과 식생활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거래된 수산물 물량은 9만6081t, 액수로는 3577억 원어치다. 이 중 75%는 소규모 영세상인에게 공급됐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근무하는 이는 수협 임직원 96명을 포함해 중도매인 189명, 판매상인 733명 등 2000여 명. 그러나 최근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이 유통구조를 현대화하면서 재래시장 형태의 노량진 수산시장은 위기를 맞은 게 사실이다.

수협은 현대화 사업에서 소비자 편익도 꼼꼼히 챙기고 있다. 소비자들이 수산시장에 편안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차로를 확대하고 주차공간을 늘린다. 통과차량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주차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노량진 수산시장이 한강과 여의도 등을 관망할 수 있는 입지에 있다는 점을 착안해 옥상에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한다. 또 각종 편의시설과 부대시설을 마련해 시민들의 쉼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방이 막혀 있는 대형마트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관망성과 쾌적함을 선물하겠다는 뜻이다.

수협 관계자는 “노량진 수산시장이 시민들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도 즐겨 찾는 도심 속의 관광 명소가 되고 저비용·고효율 유통 구조를 구축해 어업인의 소득에 기여할 수 있는 시장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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