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고장난 비상발전기, 아직도 작동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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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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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발전소 정문 앞 모습. 고리 1호기 정전 사건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원전 운영사 한국수력원자력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기장=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16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발전소 정문 앞 모습. 고리 1호기 정전 사건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원전 운영사 한국수력원자력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기장=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16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정문은 이중 삼중으로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었고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됐다.

이곳에선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안전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연구원 등 23명으로 구성된 현장조사단이 13일부터 4일째 정전 원인과 은폐 경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조사 중이다.

현장조사단으로 참여한 정대욱 KINS 프로젝트 매니저는 “사고 당시 근무일지, 각종 기계장치 동작내용의 기록파일을 분석해 전원이 차단된 원인과 보고 은폐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단과 원전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현장 직원들의 ‘안전불감증’이라는 소프트웨어(SW) 측면과 비상장비 등 하드웨어(HW) 부문의 고장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분석했다.

사고의 시작은 협력업체 직원의 발전기보호용계전기 점검 실수에서 일어났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원전 측의 관리 소홀 때문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직원들이 협력업체 직원들을 철저하게 관리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국내의 원전운영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원전 협력업체 관계자는 “무사고 운전을 최대 성과로 보기 때문에 경미한 사고는 어지간하면 숨기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중의 안전장치가 돼 있어 안전하다”던 하드웨어도 문제였다. 운영 실수가 있었더라도 비상디젤발전기가 제때 작동했다면 사고는 나지 않았다. 안전위 조사결과 당시 비상디젤발전기는 공기를 공급하는 밸브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고장난 이 비상디젤발전기는 아직도 작동 불능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위 관계자는 “한 달 전에 이상이 없다던 발전기가 갑자기 고장난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사한 사고가 나지 않으려면 안전문화 확보와 장비 교체 등 총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순흥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사고를 고려해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고 실수 없이 완벽히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운영 직원 평가에서 ‘무사고’보다 ‘사고신고 및 대처’에 더 높은 점수를 주도록 경영 방침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노후 설비를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무환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교수는 “고리 1호기의 비상디젤발전기는 34년이나 된 것으로 고장이 없었더라도 교체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식경제부는 원전 전체의 비상디젤발전기에 대한 성능시험을 이달 안에 마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우선 점검 대상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 16기에 딸린 32개의 비상디젤발전기다.

기장=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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