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영업팀 석달만에 1위로… LG유플러스 오인호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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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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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영업비밀은 진심… 직원들 마음 움직이니 전국 1위 저절로 됐죠”

《 ‘562건.’ 지난해 5월 LG유플러스 경기 남부지역의 유선인터넷 유치 실적이다. 전국 59개 지점 중 57등. 전국 1위 지점이 월평균 1200건씩 가입자를 모으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쳤다. LG유플러스는 경기 안양시 군포시 등에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남부영업팀’이라는 별도 조직을 만들었다. 그리고 구원투수로 오인호 지점장(39)을 투입했다. 당시 오 지점장은 2010년 당시 영업실적 꼴찌였던 서울 강북지점을 1년 만에 1위로 올려놓아 회사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남부영업팀은 지난해 8월 1250건의 실적을 올려 전국 1위로 뛰어올랐다. 오 지점장이 맡은 지 정확히 3개월 만이었다. 》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을 이끌어 전국 꼴찌 영업팀을 3개월 만에 1등으로 올려놓은 LG유플러스 오인호 용인지점장(가운데)이 직원들과 함께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들은 올해 초 실적이 부진한 용인지점으로 발령받아 이 지점을 전국 1등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을 이끌어 전국 꼴찌 영업팀을 3개월 만에 1등으로 올려놓은 LG유플러스 오인호 용인지점장(가운데)이 직원들과 함께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들은 올해 초 실적이 부진한 용인지점으로 발령받아 이 지점을 전국 1등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등장하는 ‘강 마에(마에스트로)’에 비유해서 ‘오 마에’라는 별칭을 얻은 오 지점장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 비결은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것


“영업비밀이라고 할 건 없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이 사람들이에요.”

경기 용인시 기흥구 용인지점 사무실. 오 지점장이 지점 직원들을 한 명씩 소개했다. 경호원 출신 김윤호 점장, 고교 시절 축구선수로 활동하다 물류창고에서 일하던 허화랑 팀장, 정신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한 뒤 골프장 직원, 바텐더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한 김정진 점장이었다. 한때 홈쇼핑 모델로 활동했다는 이종호 과장도 쭈뼛거리며 얼굴을 내밀었다.

오 지점장은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 아니다. 2009년까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대외 협력 업무를 담당하던 초보 영업맨이다.

“조직을 이끄는 일도 결국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는 면에서 전에 하던 대외 협력 업무와 비슷하더군요. 그동안 공무원들을 상대하면서 늘 ‘저 사람들을 어떤 논리로 설득할까. 나는 어떤 카드를 쥐고 있어야 하나’를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카드도 필요 없어요. 내 진심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거든요.”

살아온 환경이 너무나 다른 이들의 마음을 붙잡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한 번도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거나 격려를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 오 지점장은 이들의 장점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적성에 맞는 기회를 주고 독려했다.

따분한 내근 부서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경쟁사로 이직까지 생각했던 김윤호 점장은 영업 현장에 내보내자 가입자를 척척 유치해왔다. 본사에서 판매사원 교육을 담당했던 허 팀장에게는 지점의 다른 직원을 교육하는 일을 맡겼다. 한 달 100만 원 남짓한 소득으로 미래 없이 이 직업 저 직업을 전전하던 이들은 처음으로 ‘우리 회사’, ‘내 직업’이라는 느낌을 갖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 포기한 직원 지방까지 따라가 설득


오 지점장은 때로는 능력의 한계를 벗어난 미션을 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야 성장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위기도 있었다.

오 지점장은 정신병원과 교도소 등 사람을 상대하는 스트레스가 큰 직장을 거치며 소극적인 성격으로 변한 김정진 점장에게 판매사 10명을 관리하는 리더를 맡겼다. 일단 조직을 맡기면 김 점장의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

그러나 김 점장은 같이 일하는 판매사원들과 갈등을 겪은 끝에 지난해 7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고향인 광주로 내려가 버렸다. 오 지점장은 광주까지 따라가 “당신은 그냥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라고 설득했고 결국 김 점장은 돌아왔다.

오 지점장은 점심을 서너 번씩 먹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꼴찌 탈출’을 위해 명절과 휴일에도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미안해서 매장을 일일이 돌며 함께 점심을 먹고 고민을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까지 거의 꼴찌였던 남부영업팀은 지난해 9월에는 우수영업팀으로 지정된 데 이어 연말에는 목표달성률 1위를 차지했다.

오 지점장은 올해 초 또 다른 전국 꼴찌 지점인 경기 용인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남부영업팀에서 함께 일했던 ‘드림팀’이 함께 일하겠다고 꼴찌 팀 근무를 자청했다.

오 지점장은 “LG유플러스가 만년 3등이지만 올해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등이라면 올라갈 자리도 없지만 꼴등이라서 올라갈 자리가 있고, 유능한 이 친구들이 있습니다. 경쟁사도 만만치 않지만 이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올해 안에 용인지점뿐 아니라 LG유플러스가 1등 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겁니다.”

용인=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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