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의 양대 계열사인 국민은행과 국민카드가 최근 ‘적을 알아야 나를 안다’는 전략을 통해 경영 혁신을 시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달 중 국내 최고의 ‘화이트 해커’(선의로 전산망을 공격하는 사람)로 꼽히는 박찬암 씨(24) 등 유명 해커가 소속된 보안업체 L사와 계약을 했다. 잦은 전산장애로 금융 보안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해커들을 이용해 취약점을 보강하겠다는 전략에서다. 국민은행은 2008년에도 1993년 청와대 PC통신 ID를 도용해 은행 전산망에 접속했던 ‘국내 1호’ 해커 김재열 씨(43)를 본부장급 연구소장으로 영입해 화제가 됐었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금융 보안은 단순히 새로운 시스템과 기술을 도입한다고 향상되는 게 아니라 금융과 정보기술(IT)을 잘 이해하는 인재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며 “최고의 역량만 갖췄다면 해커의 기술과 지식도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기의 국민카드 사장도 올해 초 ‘체리피커앱’을 만든 앱 개발자 조규범 씨를 만나 경영 조언을 구했다. ‘신포도 대신 체리만 골라 먹는 사람’이라는 뜻의 체리피커는 카드업계에서 ‘이용실적이 낮지만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포인트 등 각종 혜택만 취하는 고객’을 의미한다.
이후 최 사장은 체리피커가 선호하는 ‘굴비카드’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했다. 굴비카드란 카드 1장의 연회비만 내고 여러 카드의 혜택을 ‘굴비 엮듯’ 줄줄이 누리는 노하우를 말한다. 회사에 도움이 안 돼 쉬쉬했던 혜택을 오히려 널리 알린 것. 최 사장은 “기술 발전으로 이제 체리피커를 막을 수 없으므로 차라리 이들을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만드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두 회사의 전략은 회사 외부의 기술과 지식을 혁신의 원천으로 사용하는 ‘개방형 혁신’의 대표적 형태”라며 “내부 인력만으로는 시시각각 바뀌는 고객의 요구를 쫓아갈 수 없고 그간 제조업체에 비해 금융회사들의 개방형 혁신이 많이 뒤처졌으므로 더 많은 금융회사들이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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