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한류 믿고 배짱영업… 中시장서 큰 코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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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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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중국 베이징(北京) 출장길에 만난 조선족 오태화 씨(38·여)는 한국의 한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휴대전화가 아무 이유 없이 이틀 만에 고장이 나서 대리점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당연히 무상수리를 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대리점 직원은 “수리를 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며 막무가내였다. 그는 “너무 화가 나서 결국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샀다”면서 “우리 조선족들은 일부러 한국 제품을 쓰는데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처럼 서비스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의 유통시장은 다국적 브랜드들의 각축장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외국계 업체들이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계 월마트와 프랑스계 카르푸는 2010년 말 기준으로 운영하는 매장이 각각 220개와 180개다. 영국계 테스코도 10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외국계 유통기업들 간의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지난해 프랑스계 오샹이 대만계 RT마트와 합병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유통업체들도 중국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해 왔지만 다른 외국계 유통기업들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먼 처지다. 롯데마트는 마크로와 타임스를 인수하면서 현재 중국 내에서 9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은 적자 상태다. 적어도 2년은 지나야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초 베이징법인을 베이징용휘초시주식유한공사에 매각했다. 현지 유통 관계자들은 “중국인들은 식품을 직접 만져보고 싶어 하고 제품을 잔뜩 쌓아 놓은 걸 좋아하는데 이마트는 매장을 깔끔하게 하고 식품을 포장해 두는 국내 방식을 고집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명동’인 왕푸징에 입점한 롯데백화점을 가 보니 1층에 있는 구치 매장을 제외하곤 손님이 거의 없었다.

강유현 산업부 기자
강유현 산업부 기자
커피전문점은 미국계 스타벅스와 영국계 코스타커피가 주름잡고 있다. 웬만한 쇼핑몰과 대형마트치고 KFC와 피자헛이 입점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나 한국 외식브랜드들의 간판은 아직 많지 않다.

최근 한류 드라마와 케이팝(K-pop) 등 문화상품까지 큰 인기를 끌면서 유통이나 외식 등 서비스산업의 글로벌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문화적·지리적 인접성이 큰 중국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둘러본 중국 시장의 현실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한류 열풍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유현 산업부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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