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명품’ 한국사회에서 이름값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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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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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산업부 기자
김현진 산업부 기자
요즘 국내 명품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매출은 늘고 있지만 ‘우환’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에 대한 여론의 관심과 따가운 눈총도 그중 하나다.

21일 전 제품에 대한 평균 가격을 3.4% 인상한다고 밝힌 프라다코리아 측의 설명은 이렇다.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는 이미 올 1월 가격을 올렸는데 한국지사는 고객 입장을 고려해 그동안 가격 인상을 자제해줄 것을 본사에 요구해왔다. 하지만 한국 시장만 본사의 가격 정책과 따로 가는 데 한계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

명품업체들이 집중적인 비판의 표적이 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가격 조정, 급증하는 매출과 비교되는 빈약한 사회공헌 활동 등이 그 불쏘시개가 됐다.

명품업체들만의 사정이 있다는 점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명품업체들은 경영구조가 중앙집권적 성격이 강해서 현지법인이나 지사는 작은 활동 하나도 본사 허락을 받아야 한다.

명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문제를 장기적으로 보고 신중히 결정하는 명품업체 속성상 사회적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한국 사회의 정서를 본사에 전하기가 쉽지 않다”고 울상을 짓는다. 일부는 “한국 시장이 세계 4∼10위 규모로 외형적 성장을 거뒀지만, 본사가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나 미국 일본 등에 비해 권한이 너무 없다”며 불평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명품업계 관계자들은 “명품은 원래 소수만을 위한 산업인데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신문 지상에까지 오를 일이냐”고 말한다. 대중과의 거리를 넓혀, 명품을 향유할 ‘자격’을 갖춘 소수의 사람들만을 타깃으로 삼는 것이 명품 마케팅의 기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의 명품시장은 약 5조 원대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더구나 가파른 성장세다. 2011년 국내 3대 백화점에서 팔린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19.8% 증가했다. 2010년에도 3대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12.4%나 늘었다. 이런 정도라면 “명품은 소수를 위한 산업”이라는 논리는 빈약해 보인다.

한국에서 장사가 잘된다고, 해마다 매장 수를 늘리고 온라인숍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을 개발한 것은 바로 명품업체 자신들이다. 이제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라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미덕을 떠올려 볼 때다.

김현진 산업부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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