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한류’… 콧대 높은 도쿄 여성도 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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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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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역 미샤 25호점 개장에 몰려 화장품 불티
미샤, 더페이스샵 제치고 7년만에 매출1위 탈환

1일 오전 10시, 일본 도쿄 신주쿠역 지하상가에 일본 여성 100여 명이 길게 줄을 섰다. 이날 개장하는 한국 화장품 미샤의 25호점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오전 11시, 문을 열자 33m² 크기의 아담한 매장은 발 디딜 틈이 없어졌다. 미샤저팬은 이날 하루 매출액 목표 100만 엔(약 1376만 원)을 훌쩍 넘어선 130만 엔(약 1789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의 허성민 마케팅기획팀장은 “2005년 나고야에 일본 1호점을 여는 날엔 하루 종일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며 “그동안 ‘BB크림’이 일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김’만큼 필수구매품이 되면서 일본 현지에도 입소문이 났고 브랜드 파워가 생겼다”고 말했다.

일본은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 높아 화장품, 패션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가전제품도 한국 기업이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특히 화장품은 시세이도, 가네보 등 자국 브랜드와 샤넬, 디오르 같은 유럽 제품이 인기를 누린다.

미샤, 더페이스샵 등 한국 화장품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국내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 덕분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002년 서울 중구 명동에 미샤가 1호점을 낸 뒤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등이 줄줄이 대형 매장을 만들면서 명동이 해외 관광객의 화장품 관광 명소가 됐다. 극심한 경쟁 탓에 일부 업체는 문을 닫기도 했다. 중저가 브랜드숍 화장품 시장의 원조 미샤는 ‘자연주의’를 내세운 더페이스샵에 밀려 2005년 2위로 내려앉았다.

발 디딜 틈 없이… 1일 일본 도쿄 신주쿠역 지하상가에 문을 연 미샤의 일본 내 25번째 매장에 일본 여성들이 몰려 줄이 길게 늘어섰다. 미샤의 일본 법인은 이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1년 동안 공을 들였다. 에이블씨엔씨 제공
발 디딜 틈 없이… 1일 일본 도쿄 신주쿠역 지하상가에 문을 연 미샤의 일본 내 25번째 매장에 일본 여성들이 몰려 줄이 길게 늘어섰다. 미샤의 일본 법인은 이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1년 동안 공을 들였다. 에이블씨엔씨 제공
하지만 화장품 업계는 경쟁을 통해 전체 시장을 키워 나갔다. BB크림, 한방화장품, 달팽이크림 등 일본에는 없는 새로운 제품과 성분을 개발해 한국에 온 각국 소비자들에게 테스트하면서 제품력을 높였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미샤는 지난해 매출액 3303억 원을 올려 더페이스샵에 48억 원 앞선 1위로 올라섰다. 7년 만에 1위를 되찾은 것이다.

미샤와 더페이스샵의 ‘라이벌전’은 일본 시장으로 이어졌다. 미샤는 브랜드 단독 매장을 현재 25개에서 5년 내 1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드러그스토어 등 화장품 전문매장에 입점한 것까지 따지면 일본 전역에 현재 1만여 개의 매장이 있다.

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더페이스샵도 일본 편의점, 슈퍼마켓 등을 운영하는 유통업체 ‘이온’과 제휴를 맺고 더페이스샵 매장을 현재 400여 개에서 3년 내 12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미샤저팬 김부겸 지사장은 “뷰티한류의 선두주자라는 자부심으로 일본과 유럽 명품 화장품 업체들과 당당히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형래 기자 kingeye5@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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