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기 씨티 프라이빗뱅크 한국 대표는 “베이비부머들은 자녀에게 투자하면 나중에 덕 본다는 생각을 버리는 ‘발상의 전환’ 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제공
“베이비부머 세대의 재테크 철칙요? ‘좋은 부모 콤플렉스’부터 버리는 거죠.”
국내 1호 프라이빗뱅커(PB)로 알려진 정복기 씨티 프라이빗뱅크 한국 대표(47)가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 세대)에게 들려주는 충고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정년퇴직이 시작되는 55세부터 국민연금이 지급되는 65세까지를 ‘마(魔)의 보릿고개 10년’이라고 말한다. 수입은 거의 없지만 자녀 교육과 결혼 등으로 지출이 가장 많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베이비부머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잘 보내려면 △좋은 부모 콤플렉스를 버리고 △부동산 비중을 줄이는 대신 적립식펀드 비중을 늘리며 △배우자와 노후대비 문제를 논의하고 △1년에 한 번 수익 내는 투자에 중점을 둘 것을 조언했다.
그는 부동산이 보유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베이비부머들이 자녀에게 큰 액수의 돈을 지출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소득구조나 평균수명을 감안할 때 상속 등 별도 재산이 없는 부모라면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면 거의 모든 지원을 끊어야 한다”며 “정말 자녀들을 아낀다면 아이들에게 향후 부모 부양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식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시대’가 아니라 ‘부모가 자식으로부터 독립하는 시대’가 왔다고도 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재테크와 관련해 정 대표는 보유 부동산의 면적을 줄이는 식으로 부동산 비중을 현재보다 30% 정도 줄일 것을 권했다. 또 복잡한 금융상품에 투자하지 말고 여유금액의 상당분을 적립식펀드에 넣으라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주가 상승 때 펀드에 가입하고 하락할 때 환매하기 때문에 적립식펀드 투자로 수익을 내지 못한다”며 “적립식펀드는 정기적금과 달리 만기가 없는 상품이므로 ‘죽을 때 환매한다’는 심정으로 오랫동안 보유하면 지수를 능가하는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리효과를 강조하는 저축성보험은 절세 혜택이 크므로 일반인보다 세금을 많이 내는 부자들에게 유리하다고 했다.
배우자와 먼저 노후 문제를 상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로 정 대표는 “‘파자마 맨’이 된 은퇴 남편은 아내와 갈등을 빚기 쉽고 여자의 평균수명이 남자보다 길기 때문에 노후 준비도 아내 중심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금보험에 가입했다면 오래 살 확률이 높은 아내를 피보험자로 지정해 두는 편이 유리하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은퇴자들은 매달 투자수익을 내려고 무리하게 자산을 운용하다가 손해 보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 상품에 가입하고 1년에 한 번 정도 수익 실현 기회를 노리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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