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속 보험사기,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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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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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적발자들 유지 중인 보험만 24만건,불법 발각 안되면 기존 계약은 해지 못해… 금감원 예방대책 추진키로

회사원 A 씨 가족은 122건의 보험에 가입한 뒤 2004년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가벼운 상해와 질병을 이유로 2800일 이상 입원하고 7억 원의 보험금을 탔다. 이후 경찰 수사에서 보험사기 혐의가 드러나 85건의 보험은 해지됐지만 나머지 37건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수사 결과 보험사기 혐의가 드러난 보험가입자 3만8000명이 현재 유지하고 있는 보험계약이 24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기로 적발된 사람의 기존 계약을 강제로 해지할 수 없는 제도상의 허점 때문에 한국 사회가 보험사기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21일 내놓은 ‘보험사기 예방을 위한 계약인수 모범규준 마련’ 자료에 따르면 2005년 1월∼2011년 6월 보험사기 혐의로 적발된 사람은 3만8511명으로 이들이 보험금을 타내려 시도한 청구금액만 5187억 원에 이르렀다. 또 보험사기로 적발된 사람들이 가입한 전체 보험 37만6000건 중 24만 건(64%)이 유지되고 있어 언제라도 보험사기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 조사 결과 사기 혐의자들은 3개월 내 5건 이상의 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하는 특징이 있었다. 짧은 기간 보험 가입건수를 늘린 뒤 사고나 상해를 가장해 불법으로 보험금을 타낸다. 실제로 보험사기로 적발된 사람이 유지하고 있는 보험계약 가운데 1인당 가입건수가 5건 이상인 보험은 22만1000건으로 전체 유지계약(24만 건)의 92%에 이른다. 박종각 금감원 보험조사실 조사분석팀장은 “불법이 드러나지 않은 기존 계약까지 해지할 근거가 없다”며 “보험사기로 적발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의 보험금 청구 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한계 때문에 금감원은 신규 가입자 중 보험사기 우려가 있는 사람을 가려내는 데 집중하면서 보험사기 예방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보험금을 타려고 지나치게 많은 보험료를 내거나 여러 보험사와 비슷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을 걸러내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보험사기를 염두에 둔 계약을 미리 차단해 보험금 누수를 막고 선량한 계약자의 피해를 막으려는 목적이다.

이어 피보험자의 병력, 건강 상태, 흡연 여부, 직업, 취미, 다른 보험 가입 현황 등을 분석해 위험등급을 분류하고 보험인수 심사 때 이 분석 결과를 반영하도록 할 예정이다. 지금은 가입자의 직업만을 토대로 위험도를 정하고 있어 종합적인 판단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김수봉 금감원 부원장보는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기준을 회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뒤 내부 규정에 반영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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