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브랜드’ 돌풍에… 중저가 패션브랜드 옷값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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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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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자라 가로수길 매장. 국내 35번째 매장을 낸 자라는 봄 신상품부터 가격을 약 20% 인하한다. 자라코리아 제공
11일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자라 가로수길 매장. 국내 35번째 매장을 낸 자라는 봄 신상품부터 가격을 약 20% 인하한다. 자라코리아 제공
옷값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고가 명품은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선 반면 중저가 패션 브랜드들은 가격을 대폭 낮추고 있다. 중저가 패션 브랜드들의 움직임은 일시적인 할인행사가 아니라 아예 옷값 거품을 빼려는 것이다. 자라와 H&M, 유니클로 등 제조·유통 일괄형 의류(SPA) 브랜드가 한국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국내 브랜드들도 가격 다이어트에 나서게 된 것이다.

가격 파괴 돌풍의 주인공인 자라부터 신상품 가격을 16∼20% 낮췄다. 2월부터 매장에 들어온 봄·여름 상품에 할인된 가격이 적용됐다. 최근 원화대비 유로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했다는 게 자라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자라는 스페인 브랜드다. 패션업계에서는 SPA 열풍에 놀란 국내 패션업체들이 반격에 나서자 자라코리아가 이를 의식해 가격을 내린 것으로 보기도 한다. 유로화가 싸졌는데도 샤넬과 에르메스, 이탈리아 프라다 등은 10% 안팎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싸지도 싸지도 않아 중간에 끼어 있던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가격을 내리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데다 규모의 경제효과를 누리는 SPA 브랜드의 공세로부터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인수한 여성 캐주얼 톰보이는 평균 20%의 가격 인하를 단행해 20만 원대이던 재킷 값이 10만 원대로 떨어졌다. 톰보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 성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생산에서 유통까지의 시스템 관리를 통해 가격을 낮춰 내놓기로 했다”며 “톰보이도 트렌드와 기본 아이템을 잘 접목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멋스러운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새롭게 방향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남성복 브랜드 코모도스퀘어와 아동복 톰키드도 가격을 20%가량 낮췄다.

남성복의 가격 인하 바람도 거세다. 가격은 높게 정해 내놓았다가 매장별로 재량껏 할인해 팔았던 관행을 없애고 처음부터 낮춘 가격으로 정직하게 팔겠다는 전략이다. LG패션 타운젠트가 평균 30%,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남성복 지오투 등이 30% 낮춘다.

제일모직은 올해 SPA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어 옷값 거품 빼기에 동참하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여성 라이더 재킷이 10만 원대 수준으로 웬만한 SPA 브랜드보다 가격이 낮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올겨울 유니클로 패딩이 너무 싸서 국내 패션업체들의 패딩 재고가 넘치고 있을 정도로 글로벌 SPA 브랜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맞서 어떻게든 가격을 낮춰 살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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