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KB저축은행 대표 “자산경쟁 대신 위험관리만으로 수익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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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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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KB저축은행 대표는 “저축은행 업계에 연리 10%대의 대출상품을 선보여 업계 전반에 금리인하 효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정호 KB저축은행 대표는 “저축은행 업계에 연리 10%대의 대출상품을 선보여 업계 전반에 금리인하 효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자산 불리기가 아닌 ‘위험관리’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이정호 KB저축은행 대표(52)는 지난해 말 KB금융지주 인사 때 은행 부장급에서 저축은행 대표로 수직 이동해 금융가의 주목을 받았다. KB국민은행 영업기획부장 출신인 이 대표는 은행 임원이 이동하던 관행을 깨고 29 대 1의 경쟁에서 발탁됐다. 이 대표는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연간계획 수립, 예산 통제 등 은행에서는 상식인 절차들이 저축은행에서는 이름뿐이었다”며 “18일 새로 영업을 시작하면 위험관리 규칙을 철저히 준수해 방만한 저축은행 업계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KB금융은 지난해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을 인수해 KB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바꿔 18일 재개점한다.

이 대표는 서울 구로구 오류동, 가산패션단지 지점 등 실적을 올리기 힘든 지역에서 성과를 낸 ‘영업맨’ 출신인 데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의 비서실장을 지내 기획 및 금융지주와의 가교 역할에도 적합하다는 평판을 듣는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이 대표에게 “전권을 주겠으니 KB저축은행을 한국 대표 저축은행으로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이 대표는 동부저축은행 등 우량 저축은행 10곳의 경영진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금융지주 출신이지만 생소한 업무인 만큼 업계의 선두주자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우량 저축은행일수록 대표의 권한이 적고 대출 규정을 철저히 지킨다는 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 유치를 위해 고객 모집인을 활용하는 관행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유는 “고객 모집인에게 주는 성과급이 적지 않지만 그들이 유치한 고객들은 더 높은 금리를 주는 다른 저축은행으로 가버릴 때가 많아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KB저축은행 본점과 가까운 송파구 가락시장 및 가든파이브의 자영업자들을 집중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가산패션단지 지점장 시절부터 자영업자 공략은 자신이 있는 데다 고객들도 세금이나 영업전략 조언 같은 시중은행 수준의 컨설팅을 받다 보면 ‘은행 계열 저축은행은 다르다’고 느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연리 30%가 넘는 고금리 대출상품을 취급하지만 이는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저축은행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연리 15∼17%의 상품을 선보여 ‘중금리’ 대출시장을 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 대표는 신용등급 6, 7등급에 해당하는 자영업자 중 우량 자영업자를 적극 지원해 이들을 KB국민은행의 고객으로 만드는 ‘저축은행 졸업제도’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없는 고객을 유치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저축은행의 우수 고객을 은행 고객으로 승격시켜 금융지주 안에서 최대한의 시너지를 내야 한다”며 “은행에 가장 부족한 자원인 우량 신규고객을 KB국민은행에 공급해주는 통로가 되겠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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