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정상 FTA협상 개시 곧 발표… 경제적 효과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휴대전화-기계 등 기술산업엔 기회… 농업-경공업 타격 클듯

우리나라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다면 단순히 세계 경제규모 2위 국가와의 관세를 없애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세계 3대 시장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과의 FTA를 맺은 유일한 국가로 명실상부한 세계 FTA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한중 FTA 체결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미국, EU보다 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중국 수출액은 1298억12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24.2%였고 수입액은 841억8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의 16.6%를 차지했다. 수출 기준으로 미국(543억1600만 달러), EU(542억5400만 달러)를 합친 규모보다 훨씬 크다.

중국의 향후 성장성도 기대된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은 2016년 중국이 국내총생산(GDP) 19조 달러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진국보다 관세장벽이 높은 현재도 대중국 교역이 급증하는 추세인데, 무역장벽마저 사라질 경우 양국 간 교역 및 투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 확실시된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한중 FTA는 갈수록 늘어나는 중국 소비시장을 선점하는 등 중국시장의 활용도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중 FTA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전화, 기계, 정밀화학 제품, 액정디바이스 등 일정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 부문에서 중국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조기에 관세장벽이 철폐되면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현지 시장에서 우월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펴낸 동아시아 통합전략 보고서에서 한중일 FTA보다는 일본, 중국과의 양자 간 FTA가 경제적으로 유리하고 한중, 한일, 한-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FTA가 동시에 체결되면 우리나라 GDP가 4.14%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중 FTA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피해 분야는 농업 부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중 FTA가 체결되면 체결 후 10년간 과일은 10억2000만 달러, 채소는 9억7700만 달러가량 각각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완료된 한중 FTA 산관학 공동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 FTA로 국내 농업생산은 최대 14.7%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의 강력한 요구에도 우리가 한중 FTA를 꺼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농업 때문이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농경제사회학부)는 “한중 간 농산물 가격 차가 최대 15배(고추)에 이르고 품종과 품질이 비슷해 관세가 철폐되면 우리 농업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며 “농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협상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공업 분야 피해도 우리가 경계할 부분이다. 중국은 의류, 섬유, 완구 등 경공업 제품에서 가격은 물론이고 품질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FTA 체결 이후 국내 업체들이 큰 타격을 볼 수 있다. 중국이 자국에 훨씬 유리한 차별적 요구를 할 경우 우리로서는 협상 자체가 곤란해질 수도 있다. 특히 인력이동 및 비자쿼터 확대 문제는 농산물 피해 이상으로 국내 경제 및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이 이를 강력하게 요구할 경우 한중 FTA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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