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스페셜]SKT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종합주의 vs 전문주의 관점서 타당성 분석

  • 동아일보

‘非관련 다각화’ 전략 합리적 선택…
‘승자독식’ 반도체 선택은 高위험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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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K텔레콤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가 화제다. 경영학계와 기업 실무자들 사이에서 다각화 전략, 특히 기존 사업 분야와 거리가 먼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비관련 다각화는 늘 논란의 대상이다. 안타깝게도 다각화를 통한 기업의 신성장 추구에 대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은 찾기 어렵다. 그때그때 사안별로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잘했다 혹은 못했다’는 평가뿐이다. 이렇게 사후적 해석만 즐비한 까닭은 △다각화 대상 산업이 가진 매력 △타깃 산업과 기업 간 관련성 △다각화를 추진하려는 기업의 여유 자원 △조직 고유 역량의 본질적 특성 등 여러 요소 간의 복합적 관계를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각화에 대해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종합주의와 전문주의 조직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95호(12월 15일자)가 종합주의와 전문주의 관점에서 기업의 다각화 전략을 고찰하고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타당성을 평가했다.

○ 종합주의와 전문주의 조직의 차이


거시조직이론에 따르면 조직은 크게 종합주의 조직(generalist)과 전문주의 조직(specialist)으로 구분할 수 있다. 종합주의가 잡식성 동물처럼 다양한 이질적 자원을 활용하는 전략이라면 전문주의는 소수의 특수한 자원이나 시장 공간만을 활용하는 전략을 뜻한다. 예를 들어 고급 오디오, TV, 세탁기 등 모든 가전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를 종합주의 조직이라고 한다면 고급 오디오만 다루는 업체는 전문주의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종합주의 조직은 전문주의 조직에 비해 위험 분산 효과가 크다. 특정 환경 공간에서의 상황이나 성과에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이다. 기존 환경과 유사한 영역으로 진출할 시 기존에 축적한 역량, 자본, 명성 등을 활용해 규모의 경제나 범위의 경제도 누리기 쉽다. 반면 전문주의 조직들은 특정한 환경 공간에서의 생존과 성장에 최적화된 전문적 조직 역량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해당 영역 내에서는 종합주의 조직보다 훨씬 높은 경쟁력을 가진다.

○ 다각화 의사결정 시 판단 기준


다각화 의사 결정을 내리기 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안은 현재 기업이 속한 영역에서 전문주의적 성장이 지속적으로 가능한지이다. 예를 들어 ‘쌍둥이 칼’로 유명한 독일 헹켈처럼 글로벌 고급 칼 시장을 압도하는 대규모 전문주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굳이 종합주의 전략을 섣부르게 채택하기보다 전문주의적 성장 전략을 추구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전문주의적 전략으로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면 다각화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관건은 최적의 타깃 영역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다각화 대상 산업의 매력도 △기존 조직 역량의 이전 가능성 △타깃 영역의 경쟁 특성 △생존위험률 등 네 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어느 한 가지라도 부정적이라면 그 영역에는 진출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모든 조건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성공적인 다각화가 이루어지려면 타깃 영역의 경쟁 구도에 최적화된 조직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수적이다.

○ SK텔레콤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포화상태에 도달한 이동통신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동통신 분야 전문조직인 SK텔레콤이 비관련 다각화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찾기로 한 것은 전략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반도체가 최적의 선택이었냐는 점이다.

산업 매력도 측면에서 반도체 산업은 규모와 수익성 모두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기존 조직 역량의 이전 가능성 측면에선 문제가 있다. 반도체 산업은 연구개발(R&D)의 속도와 대규모 양산 역량의 선점적 구축, 마이크로 공정의 효율성과 완벽한 품질 등이 요구된다. 반면 SK텔레콤의 기존 역량은 가입자 수 자체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하는 네트워크 경제원리하에서 축적된 것으로 반도체 영역에 이전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타깃 영역의 경쟁 특성 측면에서도 반도체는 매력적이지 않다. 전형적인 승자독식 산업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 라인을 건설하는 데 소요되는 엄청난 재무자원을 고려할 때 생존위험률도 매우 높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기로 한 만큼 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사업을 관리할 새로운 조직 시스템을 설계할 때 최대한 자율성을 주고 전사적 통합 조정은 최소화해야 한다. 기존 SK텔레콤 조직이나 SK그룹은 원거리 지원 사격에만 나서야지 절대 긴밀한 통합을 이뤄서는 안 된다. 또한 언제까지, 어느 정도 규모의 자원을 투자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면 미련 없이 철수하겠다는 기준을 미리 설정해 놓는 등 전사적 생존 위기 방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정리=송기혁 기자 khsong@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95호 (1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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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실천적 지혜를 갖춰야

▼ Harvard Business Review


세상에 널린 수많은 지식은 3년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거나 리먼브러더스와 워싱턴뮤추얼의 도산을 예방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제너럴모터스나 서킷시티가 파산하는 것도 막지 못했다. 이 정도로 리더십이 절실한 때가 없었고, 이 정도로 실망한 적도 없었다. 왜 지식은 현명한 리더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지식을 부족하게 사용하고 있고 올바른 종류의 지식을 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CEO가 조직 전체에 걸쳐 실천적 지혜를 고양시키면 새로운 지식이 창출될 뿐 아니라 통찰력 있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실천적 지혜를 갖추고 기업을 이끌기 위한 지도자의 6대 역량을 제시했다.

‘솔직히 말해서’의 진실은

▼ Mind Management


이연희(가명·30) 씨는 얼마 전 석 달 남짓 사귀던 ‘장난 아닌 스펙’을 가진 남자와 헤어졌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그는 썩 괜찮은 사람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마음에 안 드는 것은 그의 말투였다. 그는 어떤 말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솔직히 말해서”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그 어떤 말도 솔직하게 진심으로 와 닿지 않았다. 우리는 누구나 약간의 위선과 이중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이를 상대방에게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솔직함과 진심을 가장하게 된다. ‘진심’이란 말이 진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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