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1942∼2011]1992년 이후 총 22차례 ‘北리스크’… 코스피, 당일 하락후 빠르게 반등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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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北변수와 주가 관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에 코스피가 수직 낙하하며 장중 한때 5% 가까이 폭락했다. 지정학적 불안요인으로 공포심리가 극대화되자 투자자들은 과거 북한 리스크 당시 국내 증시의 반응을 통해 향후 변화를 가늠하느라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과거 북한 이슈들이 금융시장에 던진 충격은 대체로 단기적이었고 학습효과를 통해 시간이 흐를수록 충격의 강도 역시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왔다”며 크게 동요할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1992년 이후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리스크는 무력충돌 6차례, 핵무기 관련 이슈 2차례 등을 포함해 모두 22차례 발생했다. 코스피는 대부분 발생한 당일 하락한 뒤 빠르게 반등하며 정상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김 위원장 사망과 가장 비슷한 국면으로 비춰볼 수 있는 것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이다. 당시 증시는 별다른 충격이 없었다. 김 주석의 사망 소식은 사망 하루 뒤인 1994년 7월 9일 2시경 알려졌다. 당일 증시는 0.78% 상승 마감했다. 주말을 지나 다시 개장한 11일에는 0.79% 하락했지만 이후 옆걸음하며 상승 추세를 이어나갔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당시엔 국내 금융시장이 대외개방하기 전이라 외국인투자가 비중이 크지 않았던 데다 김 주석 사망 전에 북한 권력이 이미 김 위원장에게 완전히 이양돼 있어 불확실성이 낮았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무력도발이나 핵 관련 사건들에도 주가는 ‘당일 하락 뒤 빠른 반등’이라는 일관된 반응을 보였다. 1999년 6월 15일 1차 연평해전에서 코스피는 2.21% 급락했지만 다음 날 3.21% 급등했으며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북한 도발에 대한 학습효과가 작용해 당일 충격 강도도 갈수록 약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최근 불거졌던 북한 리스크는 1년 전인 작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이다. 당시 코스피는 0.79% 하락하는 데 그쳤으며 다음 날 역시 0.15%로 소폭 하락하며 이내 안정을 찾았다. 앞서 그해 3월 26일 밤 발생했던 천안함 폭침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29일에도 주가는 0.34%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핵무기 관련 이슈들도 마찬가지였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 주가는 2.41% 급락했으나 다음 날 0.68% 상승했고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 때도 당일 0.20% 하락하는 데 그쳤다. 우리투자증권이 1990년대 이후 북한 리스크 관련 증시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가 영향력은 최저 1거래일에서 최대 4거래일 정도에 그쳤다. 북한발 충격으로 1, 2일 정도는 주가가 하락했지만 5거래일을 지난 시점에는 오히려 평균 2%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사망은 후계체제 구축이 완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한 데다 글로벌 경제여건도 좋지 않아 증시가 기존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북한 리스크는 통상 주식 비중 확대 적기로 여겨졌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며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북한 내부에 격변이 발생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이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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