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문화홀은 고객 끄는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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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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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 쓰는 돈 〉일반고객… 업체들, 가족대상공연 늘려
더 오래 머무는 효과도 겨냥

구색용이라는 평가를 받던 백화점 문화홀이 변하고 있다. 문화홀 공연이 가족 단위 관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면서 백화점 업계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에서 열린 한 공연. 현대백화점 제공
구색용이라는 평가를 받던 백화점 문화홀이 변하고 있다. 문화홀 공연이 가족 단위 관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면서 백화점 업계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에서 열린 한 공연. 현대백화점 제공
백화점 안의 공연장인 문화홀이 이달 들어 많은 공연과 관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가정의 달인 5월과 함께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이어지는 12월은 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리는 공연이 다른 달보다 많은 편이다. 그렇긴 해도 올해 백화점들은 특히 더 많은 공연을 유치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문화홀에서 열리는 공연을 관람하는 고객들이 백화점에서 쓰는 돈이 일반 고객보다 많다는 데 있다. 올해 들어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각 백화점이 문화홀 공연을 더 늘리고 있는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4개 점포에서 72회의 공연을 했다. 올해 12월에는 7개 점포에서 121회의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해 12월 131회이던 공연 횟수를 이달에는 189회로 늘렸고,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12월보다 15회 늘어난 64회의 공연을 이달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가족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현대백화점의 이달 공연 가운데 60%가량이 아동 뮤지컬을 비롯한 가족 대상 공연이다. 신세계백화점도 ‘크리스마스 산타 컵 만들기’나 ‘브레멘 음악대’ 등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을 늘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에는 가족들이 함께 공연을 보러 오는 사례가 늘면서 이들을 위한 공연을 늘리는 추세”라며 “일정금액 이상의 물건을 백화점에서 구입하면 공연 티켓을 무료로 주거나 싼값에 파는데 가족 관람객이 늘면서 한 사람당 2장씩 주던 티켓을 4장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이 공연 횟수를 늘리는 이유는 매출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중구 충무로 본점 문화홀에서 공연을 관람한 인원은 총 6만800여 명이었는데 이들이 한 해 동안 백화점에서 쓴 비용은 평균 680만 원이었다. 일반 고객 평균이 136만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배 이상 씀씀이가 많은 ‘알짜 고객’인 셈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매출 상위 10%를 차지하는 VIP고객 중 86%가 문화홀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구색으로 갖췄던 문화홀을 백화점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해 좋은 공연을 늘리면서 더 많은 소비자가 백화점을 찾아 오래 머무르는 것도 공연을 통해 얻는 효과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비효율 시설로 여겨지던 문화홀이 이제는 가족 동반 고객 유치와 소비 촉진을 위한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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