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특허소송 첫 공격당한 대만 HTC, 美시장서 퇴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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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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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美소송 완패땐 삼성전자에도 불똥

“안드로이드는 도둑이다. 애플이 보유한 400억 달러를 모조리 쓰는 한이 있어도 전면전을 피하지 않겠다.”

많은 사람이 애플의 ‘속내’를 궁금해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삼성전자와 전 세계 법정에서 30여 건의 특허 소송전을 이어가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24일 공개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전기를 보면 잡스는 구글에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고, 안드로이드 제품을 시장에서 뿌리 뽑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잡스가 처음으로 공격한 안드로이드 제조사는 대만의 HTC다. 잡스의 공언대로 HTC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애플이 지난해 3월 HTC를 상대로 처음으로 제기한 소송에 대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일인 12월 6일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상황이 HTC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ITC 재판부는 17일(현지 시간) HTC가 애플을 공격하기 위해 벌인 맞소송에서 다시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이에 앞서 올해 7월 해당 안건에 대한 예비 심판에서 HTC가 애플의 컴퓨터 제조 관련 원천 특허 두 건을 침해했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6명으로 구성된 ITC 전원위원회는 해당 판결이 적합한지를 따진 뒤 12월에 HTC 제품을 수입 금지 조치할지 정하게 된다.

ITC는 또 HTC의 구원투수로 나선 구글과 미국 통신사 T모바일의 진술서까지 기각했다. 두 회사는 이달 7일 “만약 HTC 스마트폰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되면 전체 스마트폰 산업은 결국 애플이 독점하게 될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ITC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HTC 제품을 수입 금지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공의 이익은 미국의 지식재산권이 지켜질 때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ITC가 최종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준다면 HTC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제품을 빼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빚게 된다. ITC가 일단 수입 금지 결정을 내리면 이미 미국 항구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물량까지 압류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삼성전자와 애플도 ITC에 서로 제소한 상태지만 ITC가 맡고 있는 특허 침해 소송 건이 워낙 많아서 내년이 돼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HTC에 비해 애플을 공격할 만한 특허가 많아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HTC에 대한 ITC의 판결은 안드로이드 진영에 내려지는 사실상 첫 최종 판결이라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호주에서 삼성전자 갤럭시탭10.1의 발목을 잡은 애플의 터치스크린 관련 특허들이 똑같이 ITC에서 공격의 무기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 특허 전문 미국 변호사는 “ITC는 그곳의 결정이 제조사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특허 분쟁을 벌이는 기업들에 인기가 높은 동시에 두려움을 주는 곳”이라며 “ITC에서 불리한 판정을 받으면 판세 자체가 뒤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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