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통화스와프 130억달러→700억달러로 확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9일 12시 41분


양국 정상회담서 합의‥한국이 먼저 요구
신제윤 "지역 안전망 선제적 강화하는 취지"

한국과 일본이 19일 원·엔 통화스와프를 13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로 늘리기로 전격 합의한 건 외환시장의 안전판을 확보하려는 우리나라와 엔화 가치 급등을 막아야 하는 일본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로서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맺은 한미(300억 달러), 한일(300억 달러) 통화스와프를 합친 것보다도 100억 달러 큰 규모로 통화스와프를 확대해 당장의 외환시장 안정에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에 따라 향후 1년간 한국이 일본에 700억 달러 상당의 원화를 맡기면 일본은 300억 달러 규모의 엔화와 미 달러화 400억 달러를 우리에게 제공해야 한다. 기존 한일 간에는 동아시아 역내 통화스와프 계약인 치앙마이 합의(CMI)를 통한 100억 달러와 한국은행-일본은행 간 30억 달러 스와프만 있었지만 이번 정상간 합의로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는 300억 달러로 늘었고 이와 별도로 한국은행-일본 재무성 간에 신규로 300억 달러의 스와프 계약까지 성사됐다.

당초 양국은 200억 달러 정도의 확대를 논의했고 시장도 그렇게 예상했다. 하지만 이왕 통화스와프를 늘리려면 통 크게 늘려 꾸준히 누적돼 온 시장의 불안감을 일거에 날려야 한다는 주장이 우리 정부 내에서 제기됐다. 우리의 제안에 일본은 주저하지 않았다. 엔고를 저지하려면 확실하게 엔화를 퍼내야 한다는 인식이 일본 정부 내에 생기면서 합의는 쉽게 이뤄졌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700억 달러는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큰 규모인데, 시장 안정을 위한 선제 조치로 (규모가) 충분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양국이 대폭 증액에 합의했다"며 "심리적 안정감이 크게 확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 소식이 알려진 이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7원(1.2%)이나 하락한 1131.9원으로 마감하며 막강한 위력을 과시했다. 중국과의 기존 통화스와프(260억 달러)를 합치면 실질적으로는 1000억 달러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안전판이 생겼다는 기대로 장기적으로 시장에 환율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로서는 통화스와프가 금융위기 때나 쓰는 최후의 카드라는 시장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불식시키고 부담 없이 미국 등 다른 나라와 통화스와프 확대에 나설 수 있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한미 양국이 13일 정상회담을 통해 환율안정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하고 향후 필요할 때 양국 금융당국 간에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의 물꼬는 이미 텄다. 우리나라가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제안한 글로벌 통화스와프망 구축 논의 역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G20은 15일 파리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유동성 위기 때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합의했는데 이는 G20 중앙은행 간 글로벌 통화스와프의 첫 걸음이라는 평가다.

::통화 스와프(currency swap)::
양국 중앙은행(정부)이 자국 통화를 상대방의 통화 또는 미국 달러화와 맞교환하는 계약.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으로서는 사실상 통화 스와프 한도만큼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2008년 10월 위기설을 겪던 한국은 미국과 300억 달러 한도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어 외환시장 불안을 잠재운 경험이 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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