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銀 파업 使측 승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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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인사-은행명 변경 등 사측 주도 정책 속속 도입

개별 성과급제 도입을 둘러싸고 노동조합이 장기 파업을 벌이는 등 노사 간 극심한 갈등을 겪어온 SC제일은행 사태가 사측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인사제도 개편, 은행명 변경 등 사측이 주도하는 정책이 속속 도입되고 있는 데다 성과급제 도입 문제에서도 사측이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SC제일은행의 고위 임원은 13일 “이달 말까지 상무급 이상 임원 명예퇴직을 마무리하고 11월 중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승진 시스템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3월 15일과 9월 15일 두 차례 정기인사를 실시해 승진자를 발표해온 SC제일은행은 지난달 정기인사를 하지 않았다. 이 임원은 “정기인사에서 승진자를 발표하는 현 체제는 능력에 따라 인재를 우대하는 SC그룹의 경영 방침과 맞지 않다”며 “필요 인력이 생기면 언제나 승진자를 발탁하는 상시인사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재율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은 “올바른 평가를 하려면 대상 기간과 정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사측의 의도는 결국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승진시키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입사 3년차인 한 행원도 “상시인사는 정기 승진이 없어진다는 뜻이어서 진급 및 인사이동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명 변경을 둘러싼 사안에서도 사측이 노조를 압도하는 양상이다. SC제일은행은 6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간판을 ‘SC은행’으로 바꿔 달기로 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은행명 변경에는 어림잡아도 100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본사에서도 ‘연간 실적 집계가 나오는 연말에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리처드 힐 행장이 파업 이미지를 털어내고 조직문화를 쇄신한다는 차원에서 사명 교체를 적극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 9월 말 힐 행장이 ‘내년까지는 은행명 변경에 관한 모든 결정을 유보하겠다’고 해놓고선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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