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하고 싶은가? 영업점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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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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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상반기 평가 최고등급 본점 직원 0명

올해 3월 취임 이후 내내 ‘본점 직원보다 영업점 직원을 더 우대하겠다’고 강조해 온 이순우 우리은행장(사진)이 최근 이뤄진 상반기 성과평가에서 본점 직원 2500명 중 누구에게도 최고 등급인 ‘S등급’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승진과 성과급을 원하면 현장에서 직접 뛰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8월 말 정규직 직원 1만4000명을 대상으로 상반기 성과평가를 실시해 이 결과를 9월 성과급 지급에 반영했다고 4일 밝혔다. 우리은행 성과급은 부서나 지점별 평가에 따라 S등급(전체 직원 중 10%), A등급(20%), B등급(50%), C등급(15%), D등급(5%) 등으로 나뉜다. S등급을 받은 직원과 D등급을 받은 직원의 성과급은 최대 수백만 원까지 차이가 난다. 성과평가 결과, 우리은행 1만4000여 직원 중 약 1400명에 이르는 S등급은 모두 영업점 근무 직원에게 돌아갔다. 1999년 우리은행 설립 후 본점 직원이 S등급을 받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에는 보통 본점 직원의 10%(250명)가 S등급을 받았다.

정화영 우리은행 인력관리(HR)본부 부행장은 “영업 현장을 중시하는 이 행장의 의중이 많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2004년부터 올해 초까지 우리은행 개인고객본부 담당 부행장 및 수석부행장으로 일하며 현장 중시 정책의 기틀을 다졌다.

그는 행장 취임 후 여러 정책을 통해 영업점 직원을 본점 직원보다 더 배려했다. 승진 인사에서 본점 부서 출신 비중을 기존 20%에서 10%로 낮췄고 경영학석사(MBA) 및 금융전문가 연수자를 선발할 때도 영업점 출신을 더 많이 뽑았다. 4월 선발된 10명의 MBA 연수자 중 영업점 직원과 본점 직원의 비율은 6 대 4였고 지난달 뽑힌 40명의 여신전문가 연수자 중 본점 출신은 2명에 불과했다. 8월부터 영업점의 업무 추진비를 기존보다 50% 늘렸고 본점이 갖고 있던 금리 전결권도 영업점에 넘겨줬다. 이번 결과를 놓고 본점 일부 직원은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 직원은 “성과급, 승진, 자기계발 기회 등 여러 면에서 본점 출신이 역차별을 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본점 직원 중에는 S등급을 받은 사람이 없지만 영업점 직원과 달리 C등급이나 D등급을 받은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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