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中企 잡아라” 은행장들 발에서 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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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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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덕 KB국민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 4대 시중은행장들이 직접 기업고객 유치 전쟁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 이자에만 의존한 수익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소매금융 분야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기 어려워지자 기업고객 유치를 도와달라는 직원들의 지원 요청에 발 벗고 나섰다.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은 기업영업이 약하다는 KB국민은행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부인까지 동원한 ‘내조 영업’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KB 히든스타 500’ 기업에 속한 70여 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하계 포럼을 제주도에서 2박 3일간 열면서 CEO들의 부인까지 초청했다. 그 역시 부인과 함께 다양한 부부동반 프로그램 및 부인들만을 위한 이벤트에 참여했다. 그는 “행사를 개최할 때 안사람들을 불러주면 CEO들이 무척 좋아한다”며 “남자는 남자들끼리, 여자는 여자들끼리 우애를 다지면서 국민은행을 이용해 달라고 홍보하니 효과 만점이었다”고 소개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거래처 유치를 위해 지원해 달라는 지방 지점장들의 요청을 받고 전국을 무대로 영업하고 있다. 그는 이달 초 울산지역 지점장의 긴급 SOS 요청을 받고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첫 비행기를 타고 울산으로 향했다. 해당 기업 CEO를 직접 만나 신한과의 거래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방 영업점을 사전계획 없이 방문하는 일을 즐긴다”며 “지방 고객들에게 명함을 돌리면 해당 지역 고객들이 ‘서울에서 행장이 직접 내려올 정도로 우리가 주요 고객으로 대접받는구나’라며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신한은행은 기업성공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총 2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최근 실적은 그리 좋지 않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규모 대출을 해주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뽀로로’ 캐릭터를 만든 ‘오콘’이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듣고 무려 290억 원 규모의 대출을 해주었다. 오콘은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용지를 분양받아 건물을 짓기 위해 모 은행에 대출을 요청했지만 재무 건전성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 행장은 중소기업 고객의 송년회, 창립기념회 같은 행사에도 일일이 참석한다. 여러 중소기업을 방문하느라 종종 하루에 저녁을 세 차례나 먹기도 한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직원들이 뚫지 못하는 업체를 행장이 직접 방문하는 ‘도우미 리더십(Helper Leadership)’을 경영신조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최근 경기지역 한 지점장의 지원 요청을 받고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해당 회사의 CEO와 만난 김 행장은 그 자리에서 60억 원짜리 퇴직연금 계약을 맺었다. 김 행장은 4월에도 휴일마다 대전으로 내려가 대전지역 10여 개 시외버스 회사와 200억 원 규모의 퇴직연금 거래를 성사시키는 실적을 올렸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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