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발 악재에 코스피 또 패닉…82P 추락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5일 15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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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용지표 부진 '쇼크'로 코스피 1,800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5일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 종가보다 81.92포인트(4.39%) 폭락한 1,785.83포인트로 장을 마쳐 1,800선을 회복한지 6거래일 만에 다시 1700선대로 주저 앉았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8월 신규고용이 '제로(0)'를 기록한 여파로 뉴욕주가가 급락해 투자심리가 냉각된 상황에서 유럽의 신용경색이 재부각됐기 때문이다.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코스피는 아시아 주요 지수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해 외풍에 취약한 특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해외악재에 8월 폭락장 악몽 재현

미국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으로 살얼음판을 걷던 증시에 다시 공포의 바람이 휘몰아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38.45포인트 급락하면서 출발해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커지다가 결국 심리적 지지선인 1,800선 마저 무너졌다. 이번에도 주요 악재는 미국과 유럽발(發)이었다. 지난 주말 미국의 8월 신규 고용이 '제로(0)'로 확인되면서 미국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2.20%급락한 것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여기에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의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을 둘러싼 협상이 그리스 정부와의 이견으로 지연된 것 역시 불안감을 한층 가중시켰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팔자세'가 지수 폭락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이틀째 '팔자'에 나서 3308억 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4366억 원을 팔아치웠다. 개인이 7352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급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피 반등국면에서 강한 상승세를 보였던 화학업종이 6.94% 폭락한 것을 비롯해 증권(-5.76%), 전기전자(-5.32%), 운송장비(-5.21%) 등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아시아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86%, 대만 가권지수는 -2.65% 떨어졌다. 코스피 급락으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8원 상승한(원화가치는 하락) 1068.8원에 거래를 마쳤다.

●불안한 수급, 미 경기부양책 여부 분기점 될 듯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현금 비중 확대를 부추기면서 국내 증시의 수급 여건 역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외국인은 기조적인 매수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는데다 단기반등이 끝났다고 판단한 기관들도 투매에 나서고 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고용지표가 악화됐다는 점이 확인됐고 유럽발 위기도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기관을 비롯한 국내 투자자들도 주가의 상승에 확신을 하지 못하고 주식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작은 해외 악재들에도 코스피가 지금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는 신용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미국 경기침체보다 파장이 클 수 있다"며 "당분간 코스피 1,750선이 지지선 역할을 하겠지만 유럽발 신용경색 우려가 악화되면 그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시를 둘러싼 제반 여건이 여전히 짙은 안개속에 놓여 있지만 단기적인 분기점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기부양책 효과와 유럽 재무장관 회담 결과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기관들이 1,900선 초중반에서는 매도로 대응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어 지수 상승이 쉽지 않다"며 "하지만 주중반 이후에는 경기부양책 발표 등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 회복 흐름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 팀장 역시 "변동성이 얼마나 커질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크게 흔들렸지만, 주중반 이후엔 경기부양책 기대감으로 상승 흐름을 타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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