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칼럼]英 재래시장 버러마켓이 명물인 까닭

  • 동아일보

영국은 테스코와 세인즈버리 등 세계적 유통기업을 갖고 있는 나라다. 대기업 마트와 브랜드 상점들이 득세하면서 런던 도심이 ‘붕어빵’ 거리로 변한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독특한 매력으로 번성하는 재래시장도 곳곳에 있다.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스 강 남쪽 서더크 지역엔 ‘런던의 부엌’으로 불리는 버러마켓(사진)이 있다. 이 시장은 13세기경 형성돼 18세기 의회에 의해 폐지됐다. 하지만 주민들이 기금을 모아 땅을 구입하고 시장을 다시 열었다. 이 시장은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3일간 열리는데 관광객과 시민들로 늘 북적인다. 재래시장의 장점을 극대화한 버러마켓만의 독특한 경영 때문이다.

첫째, 시장의 상인들은 재료를 직접 생산하는 농부나 도매상이다. 젊은 상인들이 많다. 상품을 직접 재배하거나 산지에서 직접 사오기 때문에 상인들의 자부심과 이야깃거리도 많다. 그래서일까. 대기업 브랜드의 식품을 이곳에선 보기 어렵다.

둘째, 시장 내에 집객(集客) 효과가 큰 음식과 음료가 풍부하다. 유럽 각국의 다양한 먹을거리를 만들어 파는 테이크아웃 음식점이 고객들을 끌어모은다. 시내 유명 레스토랑 분점이나 커피전문점도 있다. 관광객과 주변 사무실의 직장인 등 젊은 고객들이 많다. 시장이 장을 보고 떠나는 게 아니라 먹고 마시며 머무르는 곳이 된 것이다.

셋째, 디자인과 예술이 있다. 버러마켓은 강변의 철로 밑에 들어서 태생부터 깔끔한 곳이 아니다. 하지만 녹색으로 통일한 독특한 공공 디자인으로 시장의 우중충한 모습을 털어냈다. 거리음악가들의 공연도 종종 열린다.

넷째, 공개경쟁을 통해 시장에 새로운 피를 수혈한다. 버러마켓은 공개경쟁을 통해 새로운 상인들에게 일부 가판을 제공한다. 이곳에서 장사하려는 상인들은 자신들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설명하는 신청서를 시장에 접수시키면 된다.

다섯째, 깐깐한 품질 관리다. 시장이 자체적으로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상인들의 식재료를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맛까지 평가한다. 영세상인에게는 노하우도 전수해준다. 유명 레스토랑의 주방장이 이곳에서 식재료를 사는 이유다.

여섯째, 시장의 거버넌스도 독특하다. 버러마켓은 비영리 자선조직이 운영하는 독립시장이다. 시장을 운영하는 회장은 기업금융 분야 석사학위를 가진 사업가다. 이사진은 식품 관련 대학교수, 공인회계사, 국제금융 전문가, 작가 등 자원봉사자로 구성돼 있다. 시장 운영은 전략, 재무 회계, 운영, 마케팅 및 홍보 등의 전업 스태프들이 맡고 있다.

일곱째, 명확한 비전이 있다. 버러마켓은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고품질 식재료 판매의 명성을 쌓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매년 시장의 잉여수익을 지역주민에게 돌려준다. 최근에는 지역 농산물과 유기농 채소 등 로컬푸드 판매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전략 방향으로 제시했다. 시장은 홈페이지와 소식지인 ‘마켓라이프’를 통해 시장의 활동과 상인들의 이야기를 알린다. 또 장바구니, 앞치마 등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는 식으로 시장 자체를 마케팅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박용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박용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재래시장을 위협하는 적은 외부의 공격만이 아니다. 오히려 지역주민과 소비자들의 외면이 가장 무서운 적이다. 버러마켓은 대기업이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경험과 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 그들만의 고객과 시장을 만들어냈다. 지역 주민과 고객이 없는 시장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기의 한국 재래시장들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런던에서

박용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parky@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7호(2011년 8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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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게 병? 역설적 無知

▼ TRIZ 컨설팅

무지(無知)에도 단계가 있다. △지식 그 자체를 모르는 무지(1단계) △자기가 그 사실을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무지(2단계)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자기만 그 해결법을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무지(3단계)가 그것이다. 1단계의 무지는 해결이 쉽다. 모르는 걸 찾아내 배우면 된다. 하지만 2단계, 3단계 무지는 역설적으로 해당 분야의 지식 수준이 높은 사람에게서 더 자주 발견된다. 자기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지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가 1단계보다 훨씬 어렵다. 창조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이 세 가지 단계의 무지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기존 지식의 한계를 넘고자 노력한다. ‘역설적 무지’의 해악을 극복하고 본인의 앎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전력 센 일본이 참패한 까닭

▼ 전쟁과 경영


미드웨이해전 당시 일본군은 미군에 비해 항공모함의 수와 항공 전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은 미군에 참패를 당했다. 미군에 암호가 해독된 데다 수색기가 고장 나는 등 예기치 못한 불운이 겹쳤다. 하지만 전쟁에서 우연은 일상적으로 발생하기에 결국 일본군 전략의 실패에서 패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일본군은 태평양전쟁 내내 용의주도하고 기발하며 꼼꼼했다. 하지만 미드웨이해전에서 일본군은 객관적 전력의 우위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함대를 분산시키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했다. 일본군이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한 원인이 무엇인지, 또 현대 기업의 조직에 어떤 교훈을 주는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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