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금요일…투자자들 “피가 마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5일 0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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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낙폭 250P 육박…외국인 4일째 순매도
프로그램 대규모 순매수 유입, 낙폭 축소


주식 투자자들에게 5일은 피를 말리는 하루였다.

이날 새벽 미국 증시와 유럽 주요 증시가 모두 급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증시에도 '검은 금요일'의 전조가 짙게 드리워졌다.

최근 사흘간 연이은 코스피 급락으로 위축됐던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는 더욱 악화됐다.

장 시작 전 주문을 접수해 시초가를 결정하는 동시호가 때(오전 8~9시)에 하한가가 속출했다. 장이 폭락할 것을 염려한 투자자들이 서둘러 매도 주문을 냈기 때문이다.

동시호가 때 코스피는 전날보다 8%가량 낮은 1,800대 중반까지 내려갔다.

일부 증권포털 사이트에서는 '서킷브레이커'가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전날 종가보다 10% 이상 내려간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발동된다.

오전 9시 장 시작 시간이 다가올수록 코스피 폭락 가능성은 뚜렷해졌다. 투자자들은 장 시작을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다.

코스피는 결국 전날보다 4.05% 하락한 1,937.17로 출발했다. 심리적 지지선으로여기던 2,000선을 지키기는커녕 1,900선 붕괴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전 9시10분께 낙폭이 확대되면서 코스피는 1920.67까지 내려갔다. 전날 종가와 97.8포인트(4.85%)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 2009년 11월26일 지수가 장중 5.01% 내린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속수무책으로 추락하는 지수를 두 눈으로 확인한 개인들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장 시작부터 매도 물량을 마구 쏟아냈다. 지난 2~4일 사흘간 하락장에서도 반등을 기대하며 매수로 버텨오던 개인들이 백기를 든 셈이다.

장 시작 후 1시간30분만에 개인의 순매도 물량은 4000억원을 넘었다.

코스피는 추가로 내리지 않고 1,950~1,960선을 오가며 2~3%대 하락률을 유지하는 듯했다. 그러다 장 마감 40여분을 앞두고 다시 1,920선까지 내려가면서 투자자들을 또다시 긴장시켰다.

코스피는 결국 3.70% 내린 1,943.75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11월27일(-4.69%) 이후 1년8개월여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이날 개인은 총 580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순매도 물량(4069억원)보다도 많았다.

지난 2~4일 1%대 하락률을 지켰던 코스닥지수마저 무너졌다. 지수는 무려 5.08%하락했고, 개인은 782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증권 관련 포털사이트와 네이버 주식 투자카페 등에서는 폭락장에서 당황한 투자자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섣불리 매수하지 말라는 조언과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등 보수적인 조언도 이어졌다.

외환시장에서도 딜러들은 초긴장 상태에서 장 시작을 기다렸다.

예상했던 대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80원 오른 1,072.50원에 시작해 급등세를 보이다가 점차 상승폭을 줄여 5.70원 오른 1,067.40원에 마감했다.

딜러들은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실수로 주문을 내기도 했다.

오전 9시40분에 110.30원이나 오른 1,172.00원에 체결되는 거래가 발생했는데, 서울외국환중개는 주문실수라면서 거래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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