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리스 카메라 변신 또 변신… 더 화려하게, 더 편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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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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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 전 필름 카메라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필름이 사라진 공간을 어떻게 첨단 디지털 장치로 세련되게 담을지 고민했습니다.” 2009년 ‘올림푸스 펜’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렌즈를 뺐다 끼웠다 할 수 있는 렌즈교환식 카메라는 검은색의 묵직한 전문가용이라는 편견을 깨고 좀 더 작고 가벼운 아날로그 감성의 카메라 열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
올림푸스 E-P3
올림푸스 E-P3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올림푸스한국 사무실에서 만난 펜의 디자인디렉터 다이나카 다이스케 씨는 “과거 제품과 비슷하지만 현대적인 고급스러움을 주려고 노력했다”며 “펜의 정체성 위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새로움을 추가하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펜이 나온 뒤 정통 디지털렌즈교환식(DSLR) 카메라와 이른바 ‘똑딱이 카메라’의 중간 격인 미러리스 카메라(반사경을 없애 크기와 무게를 줄인 카메라) 시장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카메라 회사들은 ‘더 가볍게, 더 아름답게’ 경쟁을 시작했다. 가격대는 DSLR 카메라를 위협할 정도였지만 소비자들이 전문가용 제품 같으면서도 초보자도 쉽게 쓸 수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에 환호했기 때문이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현재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의 3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 더 가볍게, 더 강렬하게


올림푸스한국은 5일 펜의 신제품 3종을 선보였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제품은 펜 미니(E-PM1) 시리즈. 렌즈교환식인데도 무게를 줄이고 줄여서 215g이다. 현재까지 나온 렌즈교환식 카메라 가운데 가장 가볍다. 표준 줌 렌즈, 플래시, 메모리카드와 충전지를 모두 넣어도 401g이다. 클래식한 디자인을 선보였던 기존 펜 시리즈와 달리 파격적인 색깔도 나왔다. 흰색, 검은색, 은색뿐 아니라 퍼플, 핑크, 브라운 등 6가지 색깔로 선보였다. 주로 여성 고객들을 겨냥해 핸드백이나 주머니에 넣어 다닐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든 것이다.

다이나카 디자인디렉터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필기용품 ‘펜’을 쓰듯 쉽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주목했다”며 “1, 2세대 제품이 고급스러움과 세련됨을 강조했다면 이번 3세대 제품은 새로운 소비자들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디자인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사실 펜 시리즈의 디자인이 처음부터 아날로그 복고풍을 지향했던 것은 아니었다. 최초 디자인 시안이 15개나 됐다. 하지만 소비자 조사를 한 결과 50년 전 아날로그 디자인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젊은층에는 과거 제품이 새롭게 느껴졌던 셈이다. 파격적인 핑크 펜 미니 제품도 가볍고 컬러풀한 제품을 선호하는 여성 소비자들의 선호를 반영한 것이다. 다이나카 디렉터는 “대기업에서의 디자인 과정은 주어진 콘셉트를 따라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콘셉트를 어떻게 새롭게 해석하느냐가 제품의 디자인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고 말했다.

소니도 무게를 확 줄이고, 강렬한 색상의 새로운 미러리스 카메라를 최근 선보였다. 넥스-C3는 본체 무게만 225g. 펜 미니와 10g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색깔도 검은색, 은색뿐 아니라 강렬한 핑크색도 내놓았다.

○ 카메라도 사용자환경(UI) 경쟁


미러리스 카메라의 디자인과 사용자환경(UI)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림푸스는 5일 스마트폰처럼 손끝의 터치만으로 카메라의 상당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펜 E-P3’를 내놓았다. 올림푸스 제공
미러리스 카메라의 디자인과 사용자환경(UI)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림푸스는 5일 스마트폰처럼 손끝의 터치만으로 카메라의 상당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펜 E-P3’를 내놓았다. 올림푸스 제공
더 쉽고 편한 UI 경쟁은 카메라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실 카메라 액정화면의 복잡한 문구들을 100% 이해하고 쓰는 사용자는 많지 않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직관적인 터치형 UI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점점 설명서를 읽기 싫어한다. 카메라 디자이너들이 UI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급형 제품인 펜 E-P3는 3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터치스크린을 탑재해 가볍게 터치하는 것만으로 카메라 기능의 상당 부분을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찍는 것처럼 손끝 터치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소니의 넥스-C3는 조리개, 노출 값, 화이트밸런스처럼 어려운 말 대신 배경 흐림, 밝기, 색상 등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썼다. 복잡하고 어려운 메뉴를 살펴보지 않아도 카메라 뒷부분의 ‘컨트롤 휠’을 돌리면 설정값에 따른 결과 이미지를 찍기 전에 스크린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색깔만 추출할 수 있는 사진효과들도 추가했다. 전문적인 포토샵을 거치지 않아도 효과 선택만으로 독특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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