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진이 타던 차네… 눈이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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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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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간접광고의 세계

올해 간접광고(PPL) 성공 사례로 꼽히는 두 드라마의 장면.MBC ‘최고의 사랑’에서 차승원이 탔던 인피니티의 ‘올 뉴 인피티니 M’(왼쪽)과 SBS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탔던 BMW의 ‘뉴 Z4’. 인피니티·BMW제공
올해 간접광고(PPL) 성공 사례로 꼽히는 두 드라마의 장면.MBC ‘최고의 사랑’에서 차승원이 탔던 인피니티의 ‘올 뉴 인피티니 M’(왼쪽)과 SBS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탔던 BMW의 ‘뉴 Z4’. 인피니티·BMW제공
지난달 막을 내린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주인공 독고진(차승원 분)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극중 톱스타로 등장한 독고진의 매력에 푹 빠진 팬들의 ‘독고진 앓이’가 계속되면서 조용히 웃는 회사가 있다. 바로 이 드라마에 간접광고(PPL)로 차량을 협찬한 인피니티다.

이 드라마에 등장한 차량은 ‘스타크래프트 밴’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인피니티 모델이다. 인피니티 측은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등장한 차량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때로는 광고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라고 말하는 드라마 PPL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 캐릭터별 맞춤 PPL

드라마 PPL은 차량만 제공하거나 제작비를 현금으로 후원하는 대가로 드라마에 차량을 등장시키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드라마 주인공 직업이 톱스타, 재벌 2세, 전문직 등이 많은 탓에 PPL이 과거에는 주로 수입차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국산차 PPL도 늘어나고 있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제작사에서 먼저 PPL 요청을 해오는 경우가 많다”며 “드라마의 내용과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배우가 누구인지, 캐릭터는 어떤지, 어느 정도 흥행이 가능한지 등을 검토한 뒤 PPL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채업자, 천방지축 재벌 2세 보다는 이왕이면 재벌 2세지만 착하고, 불우한 환경의 여자 주인공을 돕는 ‘백마 탄 왕자’ 캐릭터가 자사 차량을 타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로맨틱 드라마에 PPL이 많은 이유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PL이 결정되면 주인공들의 극중 배역을 종합해 이미지에 맞는 차량을 결정한다. 실제로 ‘최고의 사랑’의 경우 등장인물들은 캐릭터에 따라 각기 다른 차량을 탄다. 톱스타이자 당대 최고의 패셔니스트인 독고진은 ‘올 뉴 인피니티 M’을 타고, 훈남 캐릭터인 윤필주(윤계상 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인피니티 FX’를 탄다. 천방지축 톱스타이면서도 여린 면을 갖고 있는 강세리(유인나 분)는 젊고 톡톡 튀는 이미지에 맞는 ‘G37 컨버터블’을 타고 등장했다.

○ ‘한류 붐’ 덕 보기도

드라마 ‘시티헌터’의 현대차 ‘벨로스터’
드라마 ‘시티헌터’의 현대차 ‘벨로스터’
드라마의 흥행 여부에 따라 PPL의 효과는 달라진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주인공이 타고 등장했던 차가 인기 검색어에 오르고, 실제 매장에 구입 문의가 몰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차는 단연 현대자동차의 ‘벨로스터’다.

현대차가 젊은층을 타깃으로 야심 차게 출시한 벨로스터는 판매 초기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SBS 드라마 ‘시티헌터’에서 주인공인 이민호가 타고 등장하면서 관심이 급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벨로스터 구입 문의도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통해 벨로스터가 인기를 끌면서 아예 현대차는 이민호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또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타고 등장했던 BMW의 스포츠카 ‘뉴 Z4’는 아예 모델명 대신 ‘현빈이 탔던 차’로 더 많이 알려졌다.

문제는 이처럼 흥행에 성공하는 것보다 실패하는 사례가 더 많다는 점. 한 수입차 업체 홍보담당자는 “‘흥행 타율’이 높은 작가나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의 PPL 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방영 전까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면 업계에서는 ‘로또 맞았다’며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고 귀띔했다. 따라서 수입차 업계에서는 ‘최고의 사랑’,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 히트작이 많은 ‘홍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의 작품,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는 SBS 주말 9시 드라마 등을 PPL 1순위로 꼽는다.

한류 붐을 타고 한국 드라마가 외국으로 수출되면서 PPL에 따른 부수 효과를 거두는 사례도 늘고 있다. SBS 드라마 ‘황금신부’에 차량을 협찬했던 푸조 관계자는 베트남 푸조 법인 관계자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이 관계자는 “황금신부가 베트남 현지에서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에 등장한 차량도 덩달아 인기가 높아졌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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