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진 2009년 초 증권가에 신세계 주가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신세계가 6000억 원을 들여 부산에 짓고 있는 대형 복합쇼핑몰인 센텀시티 개점을 3개월 앞둔 때였다.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국내 경기가 급락하자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센텀시티점 투자 부담과 사업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신세계의 목표주가를 내려 잡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와 부산지역의 경제 상황을 볼 때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한 복합쇼핑몰 서비스의 성공은 쉽지 않아 보였다. 》
신세계 센텀시티점. 동아일보 DB
막이 오르자 상황은 달라졌다. 금융위기의 충격에도 고객들의 잠재된 욕구가 분출하기 시작했다. 2009년 3월 3일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문을 열자 방문객 19만여 명이 몰렸다. 첫날 매출만 81억 원. 당시 국내 백화점 개점 매출 중 가장 많았다. 개점 1년 만에 매출액 기준 전국 10대 백화점으로 성장했다. 조태현 신세계 센텀시티점장은 “2010년 매출액이 6500억 원 정도인데 올해는 8000억 원 가까이로 늘려 전국 6, 7위의 백화점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BR 83호(2011년 6월 15일자)는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부산상권의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기회를 어떻게 확보했는지 심층 분석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비(非)고객의 마음에서 기회 포착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백화점과 스파, 극장, 실내 아이스링크 등이 들어선 대형 복합쇼핑몰이다. 2009년 6월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것을 기념해 1만 명분의 떡을 매장에서 나눠주고 있다. 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신세계는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고 부산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고객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당시 부산에는 고급 쇼핑, 레저, 문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원하지만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는 비(非)고객층(non customer)이 있었다. 이 같은 서비스를 탐색하고 구매하는 관광객도 잠재 고객이 될 수 있었다. 기존 백화점에 만족하지 못하는 미충족 고객(undershot customers)층도 존재했다. 안용준 신세계 센텀시티점 팀장은 “서울 등 대도시는 백화점 점유율이 45∼53%에 이르지만 부산은 38% 정도로 백화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컸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이들을 주목했다. 시장 외적인 환경도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부산의 도심 재개발로 도심에 대형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다. 고속철도(KTX) 2차 개통과 부산∼울산 고속도로, 거가대교 개통 등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 교통망이 확충되고, 상권 광역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다. 교통망의 발달이 지역의 소비수요를 수도권 등으로 유출시키는 ‘빨대효과’를 일으킬 수 있지만 거꾸로 수도권,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 ‘원 데이 쇼핑몰’로 승부
신세계는 도심 속에서 쇼핑은 물론이고 레저와 여가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체류형 복합쇼핑몰’ 개념을 들고 나왔다. 하루 종일 머물며 쇼핑과 문화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경험하는 ‘원 데이(one-day) 쇼핑’ 개념을 도입한 것. 7개국 40여 복합쇼핑몰을 벤치마킹하고 스파와 쇼핑, 극장, 영화관, 실내아이스링크 등이 결합된 독특한 복합쇼핑몰을 구상했다. 이는 세계 최대의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센텀시티점’ 개발로 이어졌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타깃 고객을 동남권은 물론이고 수도권과 외국 고객으로 확장했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문화, 엔터테인먼트, 레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영화관, 스파, 서점 등을 유치하고 호텔, 여행사 등 외부의 파트너를 끌어들여 고객에게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 것. 예를 들어 극장은 CGV, 서점은 교보문고가 운영하는 식이다. 스파랜드, 골프레인지, 멤버십스포츠클럽 등은 신세계 계열사인 조선호텔이 맡고 있다. 쇼핑공간도 예외가 아니다. 나이키, 애플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운영하는 메가숍을 유치해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맛집은 물론이고 영어유치원도 들어섰다. 백화점의 핵심 경쟁력인 쇼핑 서비스도 강화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개점과 동시에 전략적으로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등 이른바 ‘빅3 럭셔리 브랜드’를 동시에 유치했다. 구찌, 프라다, 까르티에, 티파니 등 60개 럭셔리 브랜드를 포함해 700여 브랜드가 이곳에 매장을 냈다. 안 팀장은 “VIP 고객이 지난해 1400명에서 최근에는 260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 고객의 행동을 바꾸다
혁신의 성공은 고객의 행동 변화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대구, 울산, 경북과 부산 인근의 경남 거제, 김해, 양산지역 고객 매출이 2009년보다 평균 60% 이상 늘었다. 주말에는 서울 등 전국에서 몰려든 쇼핑객과 관광객이 고객의 절반을 차지한다. 신세계는 2010년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약 30%(65만 명)가 센텀시티점을 찾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산지하철 센텀시티역 유동인구도 2009년 1월 일평균 1만4100명에서 2011년 1월 3만1328명으로 122% 늘었다.
고객의 서비스 이용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고객들이 쇼핑은 물론이고 스파랜드, 서점, 영화관, 아이스링크 등의 부대시설에 머물며 체류하는 ‘몰링(malling)’을 경험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에는 스타벅스 매장 3곳을 포함해 20여 브랜드의 카페와 디저트숍이 층마다 들어서 있다. 몰링을 위한 휴식 공간이다. 젊은 고객도 늘었다. 신세계 수도권 점포의 29세 이하 젊은층의 고객 비중은 평균 7.2%인데 센텀시티점은 9.3%다. 이창승 신세계 센텀시티점 마케팅팀장은 “기존 백화점은 주말 매출이 오후 1시경부터 오르기 시작하지만 센텀시티점은 오후 4시부터 상승한다”며 “고객들이 여러 시설을 이용한 뒤 오후 늦게 쇼핑하고 귀가하는 패턴을 보인다”고 말했다. ○ 신규 사업 리스크를 줄여라
신세계는 신규 시장 진입에 따르는 위험을 최소화했다. 전격적인 투자의사 결정으로 용지 입찰에 단독으로 나서 용지 매입비용을 최소화했다. 극장, 스파, 서점, 아이스링크 등의 파트너들과 원활한 협업을 위해 개점 초기부터 이들 협력회사를 조율하는 조직인 레저운영팀을 신설했다. 김동호 신세계 레저운영팀 대리는 “매일 오전 파트너들이 운영하는 시설을 방문하는 ‘회진 미팅’을 한다”며 “전략과 사업 방향이 다른 파트너들 간의 의견 조율이 되지 않는다면 협업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병원의 의사들이 매일 환자들을 돌아보는 ‘회진’ 개념을 응용한 것이다. 지역과 동반 성장하기 위해 고급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경제에 기여한다고 알리는 점도 눈에 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에는 현재 직원 5000명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세로 30억 원을 냈다. 9층 문화홀에는 인기 가수와 연극 뮤지컬 등의 다양한 공연이 수시로 펼쳐진다. 하지만 롯데백화점 광복점 개점 등 경쟁 격화에 따른 시장 변화는 센텀시티점이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김용진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yongjinkim@sogang.ac.kr@@@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3호(2011년
6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모순상태가 이상적 문제해결 방안?
▼ TRIZ 컨설팅
흔히 현미경으로 세포나 유전자를 관찰할 때에는 특정한 파장의 빛(통상 자외선)에 반응해 다른 파장의 빛(일명 ‘시그널 광’)을 내는 형광물질을 주입한다. 연구자들은 세포나 유전자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형광신호를 포착할 때 외광(外光)에 의한 교란 효과를 없애려고 보통 어두운 암실에서 현미경을 조작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련한 연구자라도 어둠 속에서 현미경을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실수를 할 수 있다. 따라서 현미경으로 세포나 유전자를 관찰하기 위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밝으면서도 동시에 어두운’ 상황이다.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물리적 모순 상태야말로 역설적이지만 문제가 가장 이상적으로 해결된 상태다. 소위 ‘이상해(理想解)’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지속가능성’ 통한 경쟁우위 전략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존슨앤드존슨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총 1억8700만 달러를 들여 60개가 넘는 에너지 감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로 존슨앤드존슨은 연간 24만7000MWh(메가와트시)의 누적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었고, 폐기물의 양도 32%나 줄일 수 있었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효과도 연간 12만9000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의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펼치고 있다.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첫 번째 행보는 존슨앤드존슨처럼 자원 관리를 통한 효율성 제고나 폐기물 감소 등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자원 효율성 추구는 지속 가능성을 기업 성장전략에 활용하기 위한 첫 단추에 불과하다. 지속 가능성을 열렬하게 수용하는 선도 기업의 사례와 이를 통한 경쟁 우위 확보 방안을 제시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