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모 사상 첫 민간소비 추월

  • 동아일보

1분기 수출 139조 원… GDP의 52.2%
내수 부진… ‘수출형 경제’ 고착화 우려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민간의 소비 규모를 앞질렀다. ‘수출중심’ 경제구조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한국경제가 유럽 재정위기, 선진국 경기 둔화 등 대외 변수에 더욱 휘청거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계정상 올해 1분기 재화와 서비스 수출은 계절적 요인을 반영한 실질 기준으로 볼 때 139조2163억 원으로, 가계의 민간소비(137조886억 원)를 추월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2.2%로 절반을 넘어섰다. 수출이 민간소비 규모를 앞선 것은 1953년 한은이 국민계정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이다. 국민계정상 GDP를 구성하는 항목 가운데 꼴찌였던 수출이 정부지출과 투자를 차례로 앞선 데 이어 이제 민간소비까지 따라잡은 것이다.

수출 규모의 급성장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수출주도형 경제는 한국경제를 빠르게 키워 국가의 위상과 국민생활 수준을 끌어 올려놨다. 그러나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는 수출 일변도의 성장은 한국경제의 대외 취약성을 심화시켰다. 그리스 등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국의 경기둔화로 국내 수출이 급감할 수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수출중심 경제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제조업 위주의 수출 대기업에만 돌리고 중소기업과 서민층은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양극화를 초래했다. 국민처분가능소득 가운데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5년 4.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3.8%로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개인 비중은 1975년 81.4%에서 지난해 63.2%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물가가 내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 내수를 상당 부분 뒷받침한 건설투자가 줄어든 점도 소비 위축의 한 요인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수출 제조업이 규제 완화를 통해 성장했듯이 서비스업도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며 “국내가 아닌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쟁력 있는 내수산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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