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사장, 관료출신서 기업인 위주로 바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6일 03시 00분


하반기 교체 99개 공공기관장 인사에 적용… 전관예우 근절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전관예우’ 관행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는 가운데 정부가 현재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되는 정부 위원회와 공공기관장에 민간 출신을 대거 중용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 교체가 예정된 99개 공공기관장 인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라디오 연설을 통해 강조한 전관예우 근절의 첫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공기업 사장에 대통령 측근 인물과 정치인들이 거론되면서 이번 인사가 이 대통령의 전관예우 근절 의지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5일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만큼 각종 정부 위원회와 공공기관장에 경영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민간 출신 인사들을 우선적으로 인선한다는 원칙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현재 공석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에 민간 출신을 임명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급인 국경위원장은 사공일 무역협회장과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등 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거쳐 간 곳이다. 정부는 당초 장관급 출신 인사를 후임으로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최근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지면서 무게감 있는 민간 인사를 임명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올 하반기 임기가 만료되는 99개 공공기관 사장 자리에도 민간 출신들을 대거 등용할 것으로 보인다. ‘장관급 사장’으로 불리는 한국전력 사장은 김쌍수 현 사장(전 LG전자 부회장)에 이어 민간 출신을 임명하기로 방침이 정해졌다.   
▼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도 민간출신 임명키로 ▼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유창무 전 사장이 사임하면서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무역보험공사도 내부 출신 2명과 대기업 경영자 출신이 경합을 벌이면서 후보군에서 관료 출신을 처음으로 배제했다.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역시 민간 출신 기업인들이 사장 후보로 우선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리를 지칭하는 말)가 주로 사장으로 임명돼온 금융 공기업에 ‘민간 바람’이 불지도 관심사다. 다음 달 이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한 달 전부터 재무관료 출신이 내정됐지만 이번에는 아직 아무런 얘기가 없다”며 “저축은행 사태로 금융위원회에서 고민이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이 높은 만큼 낙하산 인사는 줄어들 것”이라며 “민간 출신 공기업 사장들의 성과를 문제 삼는 지적도 있지만 민간 출신을 우선시하는 흐름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관예우 근절 방침으로 관료들이 소외된 가운데 일부 공기업 사장에 정치인이나 대통령의 측근이 여전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면서 관료사회의 반발도 적지 않다. 최근 내정된 장석효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힌다. 한 관료 출신 인사는 “관료 출신은 배제하면서 측근들을 등용한다면 정부의 공정사회 구현 약속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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