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라는 사명(社名)을 바꾸는 문제를 고심하고 있습니다. 삼성SDI의 ‘D’는 디스플레이도 되고, 디지털도 되는데 이젠 친환경·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확 변신하기로 했으니까요. 옛 삼성전관에서 삼성SDI로 이름을 바꾼 지 9년밖에 안 됐는데 또 이름을 새로 지어 인지도를 올리려니 고민입니다.”
1일 만난 박상진 삼성SDI 사장(58·사진)은 삼성SDI, 더 크게는 삼성그룹의 ‘새 틀’을 짜고 있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박 사장은 “기존 전지사업과 지난달 삼성전자로부터 넘겨받은 태양광 사업의 두 날개를 축으로 2020년까지 매출 35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디스플레이 2조8000억 원(55%), 전지 2조3000억 원(45%)으로 5조1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던 삼성SDI는 2020년엔 전지 22조4000억 원, 태양광 10조 원, 디스플레이 1조 원 등의 사업구조로 재편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 구주법인장, 글로벌마케팅실장 등을 지낸 박 사장은 삼성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사장)을 거쳐 지난해 말 삼성SDI 사장에 올랐다. “삼성SDI를 들여다보니 4년여간 사업이 정체돼 있더군요. 태양전지 사업을 삼성SDI가 맡으면 시너지가 커질 거라고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에게 보고한 후 일사천리로 의사결정이 이뤄졌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께 ‘열심히 잘하겠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끄덕하셨습니다.”
‘유럽통’, ‘마케팅통’인 박 사장은 지난달 중순 올해 125주년을 맞은 독일 ‘보쉬’(삼성SDI와 SB리모티브를 차린 합작사)의 글로벌 갈라 디너에 초대받아 피아트, 푸조 등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회장들을 만났다. “우린 후발주자인데도 삼성의 브랜드 파워가 워낙 크니까 다들 관심을 보이더군요.”
삼성SDI는 기술 표준이 이뤄지지 않은 전기차 배터리(중형전지) 시장에서 LG화학보다 진출 시기가 2년여 늦었다. 박 사장은 LG화학이 파우치형의 전지를 택한 데 맞서 캔(can)형을 택했다. “스테인리스 케이스의 캔형 배터리 셀은 초기 생산설비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대량생산을 하면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