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첫 여성 ‘그룹리더’ 양호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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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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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가사-육아 절반 분담… 자녀에 당당한 워킹맘 돼야”

남성 직원이 96.5%인 포스코에서 여성으로선 첫 ‘그룹리더’가 된 양호영 씨. 그는 “함께 근무하는 여성 후배들의 거울인 동시에 길잡이가 되고 싶다”며 “이번 승진엔 남편이 가장 큰 공신”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제공
남성 직원이 96.5%인 포스코에서 여성으로선 첫 ‘그룹리더’가 된 양호영 씨. 그는 “함께 근무하는 여성 후배들의 거울인 동시에 길잡이가 되고 싶다”며 “이번 승진엔 남편이 가장 큰 공신”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에서 첫 여성 ‘그룹리더’가 탄생했다. 그룹리더는 임원과 부장 사이의 준임원이다. 주인공은 스테인리스 마케팅실 스테인리스 열연판매그룹의 양호영 그룹리더(51). 그는 7일부터 열연판매그룹에서 기존 수출 업무에다 내수 업무를 함께 맡게 된다.

철강업종의 특성상 포스코는 남성 직원 비율이 절대적이다. 작년 말 기준 전체 직원이 1만6390명인데 여성은 3.5%인 568명이다. 지난해 외부에서 영입한 상무 1명을 제외하면 내부 승진자로는 양 그룹리더가 최고위직에 오른 셈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 여직원들이 양 그룹리더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양 그룹리더의 강점은 ‘중국통’이라는 점이다. 그는 중국을 알아야 성공한다는 아버지의 지론에 따라 서울 한성화교중고교를 다녔고 연세대 중어중문과,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만 중앙경관학교에서 한국어 담당 교수로 근무하다 1993년 10월 포스코에 경력 사원으로 입사했다. 남편도 교수다.

두 자녀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는 가사와 일을 병행할 수 있었던 비결로 ‘남편의 도움’을 꼽았다. 그는 “가사와 육아를 절반 정도 분담해주는 남편이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며 “설거지와 청소를 도와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식사까지 챙겨줬다”고 말했다. 아내가 오전 5시에 일어나 6시 반까지 식사 준비를 하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아침을 먹은 후 7시에 아내가 출근하면 남편이 설거지를 맡아 하는 식이다. 부부의 퇴근은 일정하지 않은데 일찍 퇴근한 사람이 청소와 빨래를 한다.

양 그룹리더는 “워킹맘들은 아이들에게 미안해하면 안 된다”며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마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다닌다기보다 회사에서 엄마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게 해주고 자긍심을 갖게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요즘 자녀들과 적어도 하루 한 시간 내지 한 시간 반 정도 대화시간을 가진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메신저로 수시로 연락도 주고받는다. 그는 자녀들에게 전해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몫을 해달라고 부담을 줬는데 큰 불만 없이 엄마의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고, 반듯하게 자라줘 고맙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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