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노조법 표류… 감세 논란… 경제 흔드는 정치

  • 동아일보

김희균 산업부 기자
김희균 산업부 기자
기업들이 경영계획을 짤 때 가장 걱정하는 것이 미래의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세계경제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각국의 환율, 금리, 자연재해 등 예측하기 힘든 돌발 변수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 기업에는 걱정거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정치 불확실성’이다.

요즘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는 감세(減稅) 철회 여부와 노동조합법 재개정 문제다. 세금문제와 노사관계는 기업 경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다. 그런데 정치권이 이를 원칙 없이 뒤흔드는 바람에 “정치가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먼저 노조법을 보자. 노사정(勞使政)은 일찌감치 2009년 복수노조와 타임오프제(유급근로시간 면제제도)에 합의했다. 그러나 정치인들 때문에 이 합의가 흔들리고 있다. 양대 노총이 노조법 재개정 움직임을 보이자 4·27 재·보궐선거에서 자신감을 얻은 야권이 냉큼 동조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돼 현장에 뿌리내리고 있는 타임오프제를 폐지하고, 7월부터 시행될 복수노조 협상창구 단일화를 철회하자고 한다. 6월 임시국회에서 노조법 재개정 논의가 진행되면 기업은 어느 장단에 맞춰 복수노조에 대비해야 할지 몰라 패닉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사측에서 보면 노조가 여러 개 생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노조법이 공황상태인 것이 더 문제다”라고 말했다.

감세 논란도 점입가경이다. ‘부자 감세’를 비판하던 야당이 아니라, 여당인 한나라당이 자중지란에 빠져 기업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 기업정책의 요체인 법인세 인하는 당초 2010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국회가 2년간 유예한 바 있다. 당연히 기업들은 내년부터는 법인세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중장기 경영전략을 세워두었다.

그러나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계파 간의 힘겨루기 때문에 또다시 감세 로드맵이 뒤틀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한나라당 정책의원총회에서도 계파별로 법인세 감세에 대한 이견만 드러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법인세 감세는 ‘기업 프렌들리’를 외치던 MB 정부의 상징 같은 것이었기에 이렇게 뒤통수를 맞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정부, 여당을 믿고 따라야 한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시절이던 2004년 “우리나라 정치는 경제 현안을 외면한 소모적 정쟁, 갈등 조정능력 상실, ‘떼법’이 일반화된 삼류 수준”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7년이 지난 지금, 이 말이 여전히 와 닿는 게 안타깝다.

김희균 산업부 기자 foryo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