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노키아 추락에 핀란드 경제마저 휘청… 쏠림 심한 IT생태계, 한국에 타산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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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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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세계 1위 기업 노키아는 핀란드의 자랑이었다. 세계 경제의 변방이었던 핀란드를 유럽 정보기술(IT)의 허브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휴대전화로 추격했지만 노키아는 건재했다.

하지만 2007년 나온 애플의 아이폰은 노키아를 녹다운시켰다. 세계시장에서 노키아의 점유율은 2007년 2분기(4∼6월) 38%에서 올해 1분기(1∼3월) 25.1%로 떨어졌다. 현지 증시에서 주가의 추락은 더 가파르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노키아가 실적 전망치를 낮추자 그날로 18%가 떨어졌다. 아이폰 출현 이후 이 회사의 주가는 4분의 1 수준이 됐다.

잘나갈 때는 온통 칭찬 일색이었지만 이제 노키아의 침체는 핀란드 전체의 문제가 됐다. 3일(현지 시간)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노키아의 고통이 핀란드의 고통이 됐다”고 했다. 다양한 분야의 벤처산업과 기업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안정성을 추구하는 핀란드의 문화적 습성에 막혀 새로운 기업의 탄생이 좌절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핀란드에서 벌어진 이런 현상은 한국 경제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국도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생태계의 비중이 핀란드 못지않게 크기 때문이다. IT 업계만 봐도 삼성과 LG가 거의 절대적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꿈’은 삼성이나 LG의 협력회사가 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한국 경제에는 삼성·LG·SK라는 동물원이 있고, 중소기업은 그중 하나를 선택해 동물원 안의 동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을까. 실제로 한 벤처회사는 일찌감치 2007년부터 아이폰에 들어갈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려 했지만 끝내 투자를 받지 못했다. “삼성·LG가 아이폰의 국내 상륙을 막아 시장성이 없을 것”이라는 게 벤처캐피털들의 이유였다.

김현수 산업부 기자
김현수 산업부 기자
물론 한국은 핀란드보다 경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웬만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삼성·LG동물원’이 국내 IT의 전부인 상황에서 하나라도 삐끗한다면 업계 전반이 연쇄충격에 빠질 게 뻔하다. 당장의 스마트폰 전쟁에는 발 빠르게 대응했지만 아직 초반에 불과한 모바일 혁명에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당장 TV만 해도 애플과 구글에 주도권을 뺏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혁신적 벤처기업을 키워 다양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현수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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