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는 분업을 통한 전문화가 인류의 생산성을 극적으로 높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분업의 결과 인류의 대다수가 한두 가지의 단순작업을 하면서 생애를 보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문화의 빛과 그늘을 정확하게 간파한 것이다. 전문화가 가능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시장의 존재다. 시장을 통한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는 큰 가치를 갖지 못하는 재화와 서비스, 인간의 능력들이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전문화의 빛과 그늘을 다룬 DBR 77호(3월 15일자)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전문화의 그늘
치타는 가젤을 사냥하기 위한 전문화에 성공한 사례다. 가젤은 개체 수가 매우 많다. 치타 입장에서는 가젤만 잡아먹고 살 수 있다면 다른 사냥감들을 거들떠보지 않아도 된다. 속도가 빠른 가젤을 사냥하기 위해 치타는 다른 많은 것을 포기했다. 턱과 어깨의 힘도 가젤을 잡기에 적합한 정도로만 유지했다. 순간속도는 빠르지만 지구력이 부족해 장시간 뛰지도 못한다. 그 결과 치타는 가젤보다 더 큰 사냥감은 아예 잡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됐다. 초원을 떠나 밀림이나 사막에서는 생존할 수도 없다. 어떤 이유로 초원의 생태조건이 크게 변해서 가젤들의 몸집이 더 커지거나 빨라지면 치타는 살아남기 힘들지도 모른다.
반면 하이에나의 사냥 대상은 아주 큰 초식동물에서부터 작은 동물, 심지어 썩은 고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사자나 치타와도 먹이 경쟁을 하고 물고기나 갑각류까지 먹는다. 서식지는 아주 넓게 분포하고, 멸종의 위험도 치타보다 적은 편이다.
전문화는 현 상태의 환경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생존방식일 수 있지만, 환경의 변화에 따라 비극적인 결말로 흐르기도 한다.
○ 시장과 사회적 배려
서커스에서 기기묘묘한 재주를 보여주는 사람들이나 스포츠 선수들, 예술가들을 보자. 그들의 능력은 우리가 당장 하루하루 입에 넣을 음식, 몸을 보호할 옷, 거처를 구하는 능력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그 최적의 상태에서 우아함을 느낀다.
인류는 시장이란 제도를 통해 전문화를 교환했다. 특정 개인이 지닌 전문성이 타자의 소비를 위한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부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것들은 시장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사람들은 시장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전문화할 수 있었다. 시장이야말로 인류가 다양성을 확보해 환경변화에 아주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한 최고의 발명품인 셈이다.
시장에서조차 교환이 가능하지 않은 것들은 어떻게 했을까. 이는 사회적 배려와 안전망을 통해 해결했다.
애초부터 교환될 수 있는 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개인이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인류의 발전은 상당히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그런 개인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정교화게 발전시켜 왔다. 시장과 사회적 배려라는 두 가지 수단으로 전문화의 약점을 극복해낸 인류는 극단적으로 전문화된 상태의 아슬아슬하고 비장한 모습에서 오히려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것을 장려하게 됐다.
○ 창조적인 게으름
최근 들어 시장과 복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대개는 두 가지가 상호배타적이고 상반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인식하고, 한쪽의 역할을 늘리면 다른 쪽의 역할을 축소시켜야 한다는 전제에서 주장들을 펼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시장과 복지는 모두 전문화의 위험성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한 인류가 창의적인 개인을 통해 종 전체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명해낸 최고의 장치들인 것 같다.
가령 시장만으로는 당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있다. 복지는 다수 개인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필요조건이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시장을 통한 교환과 보상이 있어야 창의성은 더욱 촉진되고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조직에서도 전문화의 빛과 그늘을 잘 간파해야 한다. 전문화를 통해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율성은 지속적으로 추구해 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의 최적 상태에 도전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부적으로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조적인 게으름이 장려돼야 한다. 즉, 조직 구성원의 일부는 항상 제3자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현재 체계에서의 효율 극대화와 관계없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치타의 사회에서 가젤을 더 잘 사냥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 추구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젤이 곧 초원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므로 두더지나 쥐를 잡거나 개미를 먹어보겠다며 ‘딴짓’을 하는 치타에게 먹이의 일부를 나눠줘야 한다는 얘기다.
정현천 SK에너지 상무 hughcj@lycos.co.kr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7호(2011년 3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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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색한 군주가 자비로운 군주보다 낫다고?
▼ 메디치 가문의 창조 경영 리더십
“고결해 보이는 행동은 파멸을 초래한다. 반면 사악해 보이는 행동은 지위를 강화하고 번영을 낳는다.” 현대정치학의 시조로 불리는 마키아벨리는 저서 ‘군주론’에서 메디치 가문의 리더에게 자비로운 군주가 아닌 인색한 군주가 되라고 당부했다. 많은 사람은 마키아벨리가 권력 쟁취를 위해 권모술수를 부리라고 선동하는 악한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그는 오랜 경험을 통해 군주가 백성에게 보여주는 자비로움과 너그러움은 허세나 자기 과시에서 비롯된다고 판단했다. 군주가 품위 유지를 위해 국가 자원을 낭비하거나 과도한 세금을 징수해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군주가 처음부터 냉정하고 인색하게 굴어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더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운명의 주인이 되기 위해 비르투스(Virtus·탁월함)를 추구해야 하는 존재라는 게 마키아벨리의 시각이다. 운명의 주인이 되려는 리더는 고상한 이론보다 냉정한 현실을 중시한다. 현실적인 필요에 따라 신속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소셜 커머스, 새 고객을 단골로 만들려면…
▼ Hightech Marketing Group
실전 솔루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전자상거래 업체인 티켓몬스터. 이 회사에서 가장 비싼 제품은 웨딩 관련 서비스로 할인 폭이 67%나 됐다(2011년 1월 기준). 가격이 45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떨어지자 구매자가 296명이 몰렸다. 이처럼 소셜커머스는 가격 책정법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소셜커머스는 고객이 제품을 구매한 뒤 할인 가격을 적용받기 위해 직접 제품을 홍보하고 추가 구매자를 모집한다는 점에서 기존 단체 할인과는 다르다. 소셜커머스는 고객이 SNS를 통해 개인적인 친분을 활용해서 다른 고객을 모집한다. 그래서 여느 마케팅보다 전파력이 강하다. 반면 무리한 판매는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신규 고객을 어렵게 확보해도 이들을 단골로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또 부정적인 구전 마케팅은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따라서 소셜커머스를 잘 활용하려면 저가 제품으로 단발성 고객을 유인한 뒤 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을 쓸지, 신규 고객을 단골로 유지하려는 전략을 이용할지 등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또 신규 고객을 단골로 바꿀 수 있는 마케팅 인프라를 잘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기법 통한 경쟁력 강화 노하우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2002 년 미국 애틀랜타 귀넷 카운티의 한 공립학교는 고민에 휩싸였다. 성적 저하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의 시스템 책임자들은 학교 내에 축적된 각종 데이터의 패턴과 예측 변수 등을 분석하는 기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데이터 분석을 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졸업하지 못한 학생 중 상당수는 9, 10학년에 배우는 대수학 과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더 자세히 분석해 보니 대수학을 배우기 전에 이미 수학을 어려워했던 학생들은 대부분 8학년에 배우는 창의적인 글쓰기 과목에서 저조한 성적을 냈다. 이에 따라 귀넷 학교는 학생들이 창의적인 글쓰기 수업을 성공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많은 자원을 투입했다. 창의적인 글쓰기 과목 통과율이 높아지자 대수학 통과율 역시 높아졌다. 결국 졸업하는 학생들의 비율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0년 귀넷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격차를 좁힌 성과를 인정받아 상을 받기도 했다. 분석 기법을 잘 활용하면 정보가 가치 있는 통찰력으로 바뀐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하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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