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SK… KT… 삼성전자… LG… 주총 결전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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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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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따지겠다” 뭉치는 소액주주… “신사업 공개로 방어” 기업들 진땀

12월 결산 상장회사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주주의 창’과 ‘기업의 방패’가 결전을 앞두고 있다. 과거 주주총회장에서 주로 목소리를 높인 쪽은 회사에서 동원한 총회꾼 또는 특정 시민단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연구하는 단체가 늘고, 일반 소액주주도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모으고 있어 과거보다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의 준비도 자못 진지해졌다.

8일 한국거래소와 각 기업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은 11일(현대자동차, SK㈜, KT 등)과 18일(삼성전자, LG전자, LG화학 등), 25일(㈜LG, GS건설 등)에 집중적으로 주주총회를 연다.

특히 11일에는 대기업 최고경영자 선임을 안건으로 하는 주주총회가 몰려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현대자동차가 정몽구 회장을, 현대모비스가 정의선 부회장을 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이 걸려 있다. 이 안건들이 부결될 확률은 극히 낮지만 일부 소액주주가 문제를 제기할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대기업 문제를 연구하는 단체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글로비스의 얽힌 지배구조가 주주들의 이익을 해친다”며 정 회장 부자(父子)의 이사 재선임을 반대하고 있다. SK의 일부 소액주주도 최 회장이 과거 분식회계 및 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을 들어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18일 주주총회를 앞둔 효성은 진흥기업 지원 문제를 둘러싸고 일부 소액주주가 인터넷에서 반대 의견을 모으고 있다.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는 주주 자격으로 태광그룹과 대한화섬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기업들은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불만을 잠재우겠다는 복안이다. 청사진을 제시함으로써 주주들의 날선 공격을 간접적으로 방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 SK, LG 등은 계열사별로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사업 안건을 제시할 예정이다.

SK는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문 분할, 신세계는 백화점과 마트의 기업분할 안건을 통해 주주들에게 기업 성장동력을 설득시킬 계획.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을 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에너지컨설팅 사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통해 주주들에게 강력한 투자의지를 내보일 예정이다. 해외 신규사업 계획을 내놓는 곳도 있다. 현대차와 한진중공업은 국내외 자원개발 및 판매업을 새로운 사업으로 추가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이처럼 달라지는 주주총회 모습에 대해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이 감시의 목소리를 내면서 대기업들도 선진국형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의 비리나 부도덕을 지적하는 것은 건전한 소액주주 운동이지만 반사이익을 누리기 위해 그냥 찔러보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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