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경영복귀 1년, 삼성에 어떤 변화 있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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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오너’에 조직 안정… ‘통 큰 투자’ 활기


올해 초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하례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들어서자 장내가 숙연해졌다. 이 회장은 마치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입장하듯 그룹 임원들이 양쪽에 자리 잡은 통로를 천천히 걸어 연단에 올랐다. 일제히 이 회장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내던 삼성 임원 중 일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회장도 아랫입술을 깨물며 애써 눈물을 삼키는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비쳤다.

1년 11개월여의 공백을 깨고 지난해 3월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이 그룹 재경 담당 임원들과 공식 대면한 첫 자리였다. 그동안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날의 분위기를 전한 삼성의 한 임원은 “외부에서는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운 동안 우왕좌왕하던 삼성이 얼마나 ‘이건희 리더십’을 갈망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폭로에 따른 특검 수사 결과에 책임을 지고 2008년 4월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다가 지난해 3월 24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돌아왔다. 이 회장이 돌아온 삼성. 약 1년간 삼성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 이 회장 복귀 후 ‘통 큰 투자’


이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비교적 자주 입을 열었다. “조직이 젊어져야 한다”(2010년 10월),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2010년 11월)…. 이 회장 스스로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 할 말이 쌓였지만 삼성도 그의 ‘입’을 간절히 쳐다봤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 임원은 “회장님이 없는 동안 사업을 추진해도 ‘이게 과연 맞는 방향인가’란 불안감이 팽배했는데, 이젠 자신감과 안정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해 9월 독일 가전 전시회인 IFA 기자간담회 때 ‘이 회장이 복귀한 후 무엇이 달라졌느냐’란 질문에 “주인이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의 퍼포먼스 차이는 크다. 전문경영인이 감행하기 어려운 대형 투자를 회장님이 신속히 결정해 주시기 때문에 삼성에 활기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해 바이오제약 등 5대 신수종 사업에 2020년까지 23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고용효과 4만4810명)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엔 사상 최대 규모인 43조 원(전년 대비 18% 증가)을 투자하기로 했다.

○ 삼성, 소통하는 젊은 회사 되나


외국 언론과 경쟁회사들은 40여 년간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종자)’ 전략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본다. 이 전략의 중심에는 늘 시대를 앞서가는 화두(話頭)를 던져온 이 회장의 강력한 오너십이 있었다.

그러나 이 오너십이 오히려 삼성의 창조경영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삼성이 개인보다는 ‘톱다운’ 방식의 조직 위주로 움직였기 때문에 창조성 측면에서는 취약한 부분이 있었다”며 “핵심적 의사 결정에 젊고 창조적인 사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성도 이런 필요성을 인식해 이 회장이 복귀한 후 ‘젊은 조직’을 강조하며 사내외 소통에 열중하고 있다. 요즘 삼성 사장단회의에서는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의 ‘넷세대(인터넷과 친한 25∼30세)의 이해’,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의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등의 강좌가 열리고 있다. 사외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힘을 쏟은 결과 현재 삼성전자 공식 트위터의 팔로어도 4만1000명에 이른다.

삼성 안팎에선 최근 의욕적으로 뛰어든 신수종 사업도 삼성의 ‘젊은 미래’, 즉 3세 경영체제와 관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5대 신수종 사업의 일부를 담당하는 헬스케어 전담팀의 사업보고를 수시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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