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343명 설문… 64%가 정부지원 프로그램 몰라

  • 동아일보

“창업 참 좋은데… 멘터가 없어요”


지난해 10월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한 전혜나 씨(24·여·대학 휴학 중)는 “나는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강조했다. 전 씨는 2009년 2학년 1학기에 ‘캠퍼스 CEO’라는 벤처 관련 교양 수업을 들으며 얻은 아이디어로 창업을 결심했다. 대학생에게 각종 문서를 무료로 인쇄해주는 대신 그 문서 여백에 광고를 넣는 서비스를 생각해낸 것. 그러면 광고업체와 학생, 서비스 제공업체 모두에게 득이 되는 사업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그해에 휴학하고 바로 창업에 뛰어들어 ‘애드투페이퍼’란 회사를 차렸다.

출발도 좋았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한 달 반 동안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동국대 등 5개 학교를 돌며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서비스 이용 건수가 23만 건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달에는 정식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전 씨가 수월하게 창업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의 말처럼 운이 따랐기 때문이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창업을 망설였지만 교양 수업 때 만난 교수로부터 사업계획서를 쓰는 방법부터 지분관계까지 코치를 받았다. 그 뒤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예비기술창업자에도 뽑혀 사업자금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 씨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취업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취업과 달리 창업은 그런 지원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며 “정부 지원도 있지만 실제로 이런 것들이 있는지는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20대가 느끼는 창업 환경은 밝지만은 않았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10일부터 14일까지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대학생 3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9%는 ‘창업을 생각해 봤다’고 답한 것과는 달리 창업 환경을 보는 시각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새로운 일에 도전’(45%)하거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펼치고 싶기 때문’(36.5%)에 취업 대신 창업을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창업 정보를 얻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를 찾는 데에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대학생 10명 중 6명 이상 (63.6%)은 정부의 창업지원 활동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고, 창업 관련 정보를 얻는 루트도 ‘거의 없다’(33.2%)거나 ‘주변 창업자를 통해서’(18.4%)가 절반을 넘었다. 교내외 창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물론 정부가 20대 창업 지원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기청은 창업 활성화에 기여한 우수 기업과 학생, 지원기관 등에 대해 시상을 하는 한편, 창업 의욕을 고취하고 창업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대한민국 창업 대전’을 개최하는 등 여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중기청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 가운데 20대 창업과 연관되는 것만 해도 △청년창업사관학교 운영 △선도벤처 연계 기술창업 지원 △창업선도대학 육성 등 10여 가지에 달한다. 관련 예산도 1100억 원가량 된다.

하지만 20대들은 사업과 예비창업자를 이어주는 고리는 약한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교나 지역사회와 연계해 실질적으로 지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옷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이를 돌려보고, 마음에 드는 옷을 클릭하면 그 옷을 팔고 있는 쇼핑몰로 링크를 걸어주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윤자영 씨(23·여)는 “벤처 1세대들이 운영하는 지원단체를 통해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법적인 절차나 세금 문제 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이 활성화된다면 보다 많은 사람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이명박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중소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한 소셜데이팅 업체 ‘이음’의 박희은 대표(25·여)도 “지난해 창업을 준비할 때 절차 등을 몰라 답답했다”며 “자금 지원을 받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정책이 현실과 연결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청년층의 취업난 해결을 위해 최근 2, 3년 동안 여러 창업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홍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젊은층을 위한 창업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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