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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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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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감동시키는 부영의 ‘통 큰 기부’

동남아국가들에 디지털피아노와 칠판 기부사업을 펼치고 있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이들 국가 어린이들이 기부받은 피아노를 치며 우리 노래를 부르고 있다”며 “같은 노래를 부르게 되면서 우호관계도 자연스레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부영그룹
동남아국가들에 디지털피아노와 칠판 기부사업을 펼치고 있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이들 국가 어린이들이 기부받은 피아노를 치며 우리 노래를 부르고 있다”며 “같은 노래를 부르게 되면서 우호관계도 자연스레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부영그룹
20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교육부에서 익숙한 노랫가락이 울려 퍼졌다. 인도네시아어로 번안돼 있었지만 멜로디는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이어지는 ‘졸업식 노래’. 100여 명의 인도네시아 어린이는 서툰 한국어 발음이지만 디지털피아노로 연주를 하며 ‘고향의 봄’ ‘아리랑’도 잇달아 불렀다. 노래를 마친 아이들은 외쳤다. “감사합니다.”

이 행사는 ‘부영그룹 디지털피아노·칠판 전달식’으로 인도네시아 교육부 장관 등도 참석했다. 부영그룹은 이 자리에서 디지털피아노 1만 대와 대형 칠판 3만 대라는 ‘통큰 기부’를 약속했다. 어린이들이 감사인사를 보낸 기부자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70)이었다.

사실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부영그룹의 ‘교육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회장은 2003년 사업차 베트남을 찾았다 우연히 베트남의 초등학교를 들러 변변한 칠판도 없이 수업을 받는 열악한 장면을 목격한 뒤 학교 건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09년 한-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담 때 캄보디아 훈센 총리를 만나 캄보디아 등에서는 별도의 졸업식 행사나 노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기부 내용이 달라졌다. ‘졸업식 노래’ 등 한국 노래와 현지 민속노래를 디지털피아노에 담아 전달하는 ‘문화기부’로 업그레이드된 것.

민간기업으로 쉽지 않은 기부 실천이지만 행사 후 만난 이 회장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란 반응이었다. 그는 “돈이라는 게 죽을 때 가져갈 수 없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지 않나?”라고 반문한 뒤 “그렇다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돈을 올바르게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고려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배움의 열정이 남다른 그는 “특히 한창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졸업식 노래를 통해 배움의 희망을 함께 전달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기부를 통해 동남아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서서히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더 많은 돈을 쓰는 기업도 있겠지만 우리가 전달한 피아노를 치고 우리 노래를 부르면 아무래도 ‘한국’이란 나라를 가깝게 느낄 수밖에 없다”며 “5월에 베트남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졸업식 노래’와 함께 진행되는 졸업식을 직접 봤는데 ‘울컥’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날 노래를 부른 인도네시아 어린이합창단도 3월 베트남에서 열리는 국제 합창대회의 참가곡으로 ‘아리랑’을 선택했다고 귀띔했다.

사실 해외 기부는 일부 지정단체 외에는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이 없어 어려움이 적지 않다. 이 회장은 “한국 행정이 법 ‘조문’에 따르다 보니 해외 기부는 세제혜택이 없다”면서도 “부영의 해외 기부사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회장의 의지로 디지털피아노와 한국 노래는 필리핀 미얀마 방글라데시 피지 등으로 계속 퍼져나갈 예정이다.

자카르타=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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