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기업가는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혜택을 많이 주면 로열티(충성도)가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처럼 고객과 수평적 입장에서 진심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 상호 호혜적 로열티를 형성하면 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기업들은 고객과 대화하고 공감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DBR 자료 사진
많은 경영자는 기업이 고객들에게 일방적으로 혜택을 줄 때 고객들의 로열티(loyalty·충성도)가 생겨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에서 ‘로열티’는 기업이 일방적 혜택을 주는 수직적 개념에서 벗어나 수평적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수평적 로열티란 고객과 기업이 상호 의존하는 관계에서 생겨나는 충성도를 의미한다. 미국의 저명한 마케팅 학자인 루이스 스턴에 따르면 고객이 없으면 기업이 살기 어렵고, 기업이 없으면 고객도 살기 어렵다. 공생하는 수평적 로열티가 필요한 시대라는 뜻이다.
현대적 의미의 상호 호혜적 로열티를 얻고자 하는 기업은 먼저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고객과의 대화와 공감은 곧 기업이 고객에게 로열티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기업이 고객에게 로열티를 보일 때 고객도 상호 호혜적 입장에서 기업에 로열티를 보인다. 이런 수평적 로열티는 수직적 개념의 로열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경쟁력을 기업에 가져다준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3호(2011년 1월 15일자) 스페셜 리포트에 실린 상호 호혜적 로열티 구축 방안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의 경쟁력
고객과의 대화와 공감은 상호 호혜적 로열티를 만드는 첫 관문이다. 대화가 이뤄지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은 고객과 대화를 하지 않고 로열티를 만들려고 한다. 대화 없이 만든 로열티는 언제든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고객과 인격적, 수평적, 실시간 의사소통을 하는 기업만이 동반자 관계의 진정한 로열티를 만들 수 있다.
고객과의 대화에는 특별히 큰 투자가 요구되지 않는다. 기업 경영정보시스템에 막대한 투자를 할 필요도 없고, 기업의 모습을 어느 날 한순간에 변모시킬 필요도 없다. 여력이 되는 대로 종업원들이 모여 꾸준하게 고객과 접촉하면 된다.
오랫동안 기업은 불특정 다수와 비인격적으로, 일방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데 익숙해져 왔다. 고객과의 의사소통은 대부분 대량전달 매체나 매뉴얼에 입각한 표준적 고객접촉 시스템에 의존해 왔다. 이런 방식에서 탈피하지 않는 한 기업은 상호 호혜적 로열티를 가질 수 없다.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인 자포스(Zappos)는 설립 당시부터 고객과의 대화에 걸맞은 조직 문화를 조성해 상호 호혜적 로열티를 구축함으로써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자포스의 콘택트센터는 여타 콜센터와 확연히 다르다. 우선 콘택트센터 직원들은 고객 응대 시 준수해야 할 매뉴얼이 없다. 직원에게 자유재량권을 준 것이다. 직원이 하루 종일 한 명의 고객과 대화를 한 사례도 있고, 고객을 위해 다른 쇼핑몰에 들어가 정보를 찾아 구매를 도와주는 일도 많다. 종종 고객에게 먼저 연락해 생일 축하를 해 주기도 한다. 이런 모든 것이 회사의 매뉴얼에 있는 게 아니라 콘택트센터 직원의 자유재량에서 비롯된다.
자포스의 연간 매출액은 10억 달러가 넘는다. 아주 크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소규모 영세기업도 아니다. 자포스는 고객과의 대화창구로 콘택트센터를 활용했고, 이곳에 많은 투자를 했다. 콘택트센터 직원들은 정규직이며 사장 이하 모든 임직원이 콘택트센터 업무에 숙련된 사람들이다. 신입직원들도 모두 콘택트센터에서 상당 기간 근무해야 한다. 콘택트센터는 핵심 부서이지 변방 부서가 아니다. 자포스는 이벤트성 행사나 커뮤니케이션 활동보다는 고객과 직접적인 대화를 하는 데 기업의 역량을 결집한다.
○ 종업원은 대화의 주체
대화는 생명체끼리 하는 것이다. 기업이나 브랜드에 인격이나 감성을 불어넣고 아무리 의인화를 시켜도 생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대화는 종업원 개인과 고객 개인 간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고객들은 종업원을 통해 기업의 인격과 감성을 체험하게 된다. 따라서 고객과 대화하려는 기업은 먼저 종업원에게 기업의 인격과 감성을 이해시켜야 한다. 이후에는 고객과 격의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재량권을 줘야 한다. 종업원이 기업의 인격과 감성을 습득하면 아무리 큰 재량권을 줘도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자포스처럼 고객과 대화 능력이 뛰어난 직원이 수백 명 있다면 실질적으로 슈퍼컴퓨터 시스템 이상의 역량을 갖고 있다고 봐도 좋다. 이를 통해 수백만 명의 고객과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기반을 둔 강력한 고객경영 체제는 비교적 낮은 초기 투자를 통해 확립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영업실적에 맞게 확대, 발전시킬 수 있다. 자포스는 이 모든 것이 현실에서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줬다.
고객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는 고객과 같은 처지가 되어 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나이키의 창업자인 필 나이트와 빌 바워먼이 그런 경우다. 이들은 육상선수로서 느낀 바를 반영해 잘 달릴 수 있는 기능적 운동화를 만들어 사업 번영의 기초를 다졌다. IBM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루이스 거스트너는 과거 IBM의 고객이었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CEO였다. 거스트너는 IBM을 분사하자는 주위의 압력을 극복하고 고객 중심적인 영업을 이끌어 성공적인 업적을 쌓았다. 그는 재무나 관리통들이 주장한 분사가 이뤄지면 IBM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의 이런 판단에는 IBM의 고객이었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CEO 재임 시절 경험이 한몫했다.
고객의 처지가 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행운에 가깝다. 대부분은 그런 경험 없이 고객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할리 데이비슨 본사에 가 보면 주차장에서부터 고객과 대화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배어 있다. 직원들 모두 할리 오토바이를 타지는 않지만 회사의 제일 좋은 주차 공간에는 오토바이만 세울 수 있다. 건물 내 사무공간에는 할리 고객의 문화를 습득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상징물과 구조물이 가득하다. 직원들은 이것들을 통해 끊임없이 할리 고객과 문화적으로 소통한다.
○ 상호 호혜적 로열티 경영
고객과의 대화에서 종업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종업원이 고객과 대화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으면 기업과 고객 간의 대화와 공감, 더 나아가서 상호 호혜적 로열티 경영은 어려워진다. 따라서 각 기업은 자신의 기업문화가 고객과의 대화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자율성이 존중되는 문화에서 종업원은 고객과 진심으로 대화할 수 있다. 자율성은 종업원들의 동기부여 수준이 높고 역량이 뛰어날 때 위력을 발휘한다. 동기부여 수준이 낮고 역량이 부족한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면 오히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자율성이 존중되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려면 일에 대해 동기부여 수준이 높고 능력이 뛰어난 직원을 고용하거나 훈련시켜야 한다.
종업원의 조직에 대한 헌신 역시 중요하다. 종업원이 헌신하게 하려면 기업도 그만큼 종업원에게 헌신해야 한다. 경제적, 비경제적 만족을 종업원에게 제공해야 한다. 종업원의 고용 안정을 꾀하면서 고객과의 대화를 추구하는 회사들은 대체적으로 검소하다. 꼭 필요하지 않은 데는 비용을 지출하지 않는다. CEO나 임원의 보수나 경비도 크지 않고, 직원들도 솔선수범해 절약에 동참한다. 자포스에서는 CEO가 직원들과 개방된 공간에서 마주 보며 일을 한다.
또 고객과 대화하는 회사의 종업원들은 자기들끼리도 서로 늘 대화한다. 대화하라고 해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한다. 친구나 선후배를 대하는 느낌으로 일상적인 분위기에서 대화한다. 대화에는 늘 재미나 즐거움이 곁들여진다. 스스로 대화하는 이유는 고객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부서의 업무가 조화롭게 진행돼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대화가 많으므로 종업원 간 갈등도 파괴적이지 않고 건설적인 양상을 보인다. 갈등은 더 많은 대화를 낳고, 결국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데 기여한다.
고객 지향적인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도 늘 정직하고 투명하다. 정직과 투명성이 기업 내에 잘 정착될수록 종업원들의 직장만족도는 높아진다.
사회교환적 측면에서 사업은 사람들이 번영하기 위해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는 과정이다. 이 과정의 첫출발이 대화와 공감이며 이 과정의 완결편이 상호 호혜적 로열티다. 기업의 입장에서 고객과 대화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주체는 곧 종업원이다. 따라서 종업원을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고객과의 대화와 공감이 실천되고, 로열티 경영도 성공한다.
현용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3호(2011년 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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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재편하려면 의사결정 구조부터 바꿔라
▼ Harvard Business Review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은 조직 구조 변화를 통해 기업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고 믿고 대대적인 조직 재편에 나서곤 한다. 그러나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가 57개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 조직 재편이 실제 유의미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확률은 30%대에 불과했다. 조직 구조 재편이 오히려 기업 가치를 파괴하기도 했다. 세 번이나 사업 구조를 재편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산을 면치 못하고 피아트에 합병된 크라이슬러가 대표적인 예다. 크라이슬러가 실패한 건 조직 구조와 성과의 상관관계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풍부한 물자와 강한 전투력만 필요한 게 아니다. 전선을 진두지휘하는 장교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기업 구조도 이와 비슷하다. 의사결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경쟁업체보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는 조직 구조를 만들어야 성과와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 의사결정에 중심을 둔 조직 구조 재편을 위한 6단계 방법론을 소개한다.
진정한 글로벌 경영을 위한 전략 수립 ABC
▼ 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기업의 국제화 전략에는 크게 글로벌 통합 전략과 현지화 전략이 있다. 전자는 세계 각국 시장에 동일하게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이고, 후자는 각국 소비자 고유의 특성에 부합한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이다. 많은 기업은 해외 시장 진출 시 일반적으로 두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하지만 두 전략은 모두 뚜렷한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기업의 발전 단계 및 핵심 역량을 고려해 현지화 후 글로벌 통합이라는 식으로 두 전략을 순차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고객 중심 경영에 대한 관점도 달라져야 한다. 진정한 고객 중심 경영은 소비자의 요구를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소비자들의 숨겨진 욕구를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지역적, 문화적 차이에 상관없이 세계 각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진정한 글로벌 경영의 시발점이다. 문휘창 서울대 교수가 한국 기업의 진정한 글로벌 경영을 위한 올바른 전략 수립 방법을 제시한다.
이기고 싶은가? 싸울만한 분야서 제대로 붙어라
▼ strategy+business
1960년대부터 등장한 개념인 경영 전략은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기업 현장에서 엄청난 중요성을 차지하고 있다. 누구나 전략을 언급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경영 전략의 올바른 활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는 경영 전략의 역사와 변화 양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등장한 주요 경영 전략은 크게 △포지셔닝(업계 내에서 차별화된 포지션을 창조하고 유지) △적응(시장 및 경쟁 구도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 △실행(사람 및 프로세스의 운영 고도화에 중점) △집중(현재의 핵심 사업에 주력)을 강조하는 4가지 관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각의 전략은 뚜렷한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전략을 제대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특정 전략을 절대 선으로 생각하지 말고, 해당 시점에서 유행하는 전략보다는 자사의 특성과 특정 전략 간 적합성을 중시하고, 같은 전략이 모든 기업에 똑같이 통용될 수 없다는 점부터 인지해야 한다. 경영 전략의 역사와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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