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원조 ‘싸이월드’가 다시 해외로 눈을 돌린다. SK커뮤니케이션즈(컴즈)는 19일 서울 서대문구 사옥에서 새해 전략을 발표하며 과거 실패를 딛고 해외 시장에 재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발표에 나선 이태신 SNS 본부장은 “예전엔 지역별로 법인을 설립해 각각을 ‘섬’처럼 여기고 접근하는 전략을 써 실패했지만 이제 세계인이 서로 쉽게 일촌을 맺을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싸이월드는 한때 ‘싸이 폐인’이란 신조어를 낳으며 당당히 미국 일본 대만 독일 등에 진출했다. 하지만 현지 적응 실패로 결국 중국과 베트남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에서 모두 철수해야 했다. 지금은 오히려 글로벌 SNS인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공세에 국내 시장 수성마저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 해외판 ‘싸이폐인’ 다시 나올까
“올여름 전 세계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싸이월드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SK컴즈 주형철 대표는 최근 자신의 ‘미니홈피’ 대문에 이렇게 적었다. 싸이월드의 해외 시장 재도전이 과거와 다른 것은 주 대표의 말처럼 세계 인터넷 이용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게 된다는 점에 있다.
예전에는 미국에서는 미국 싸이월드에만, 일본에서는 일본 싸이월드에만 들어갈 수 있었다. 미국인이 한국 싸이월드 친구와 일촌을 맺고 싶으면 반드시 따로 가입을 해야 했다. 반면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e메일 주소만 있으면 세계 어디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SK컴즈 관계자는 “페이스북 글로벌 회원 5억 명을 모두 포섭하겠다는 게 아니라 싸이월드와 잘 맞는 10∼20대, 여성 등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라며 “타깃 시장을 1억∼2억 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컴즈는 먼저 기본 사이트에 영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올여름 해외에 진출할 예정이다. 영어를 시작으로 한류문화가 통하는 아시아지역 주요 언어를 차례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 글로벌 플랫폼 전쟁 가속화
싸이월드의 국내 시장 수성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트위터의 창업자 에번 윌리엄스 씨가 방문해 한국어 서비스 지원을 발표했고, 페이스북도 한국 시장 공세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플랫폼 전쟁’, 다시 말해 ‘누가 온갖 사람들이 모이는 한국의 서울역이 될 것인가’를 두고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우선 사람이 많이 모여야 하고, 이들을 계속해서 머무르게 할 재미있는 쇼핑몰, 게임업체, 유명인들이 자발적으로 와줘야 한다. 한 달 동안 1회 이상 방문하는 국내 ‘순방문자 수’에서 싸이월드(2200만 명)가 페이스북(760만 명·이상 지난해 12월 1∼31일 기준)보다 압도적으로 앞서는데도 페이스북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페이스북에는 다양한 글로벌 개발자와 기업, 유명인이 몰리기 때문이다.
이에 SK컴즈는 싸이월드와 네이트온 회원 3300만 명을 자산으로 새해에는 상거래, 검색, 게임 등을 적극적으로 붙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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