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아파트로 들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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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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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앞마당, 사랑방 등 전통 한옥의 특징을 살려낸 평면구조를 개발해 보금자리지구에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 사진 제공 LH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앞마당, 사랑방 등 전통 한옥의 특징을 살려낸 평면구조를 개발해 보금자리지구에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 사진 제공 LH
《현대식 서양 건축물인 아파트가 전통 건축물인 한옥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사랑방과 툇마루 등 한옥의 주요 요소들이 한옥마을을 벗어나 콘크리트 아파트 속으로 들어올 준비를 마쳤다. 이제 일반 아파트에서도 창호지 사이로 비치는 아침 햇살에 눈을 뜨고 장독대가 있는 안마당과 사랑방에서 담소를 나눌 날이 머지않았다.》

○ 한옥 선호도 있어 시장성 충분


최근 피데스개발과 대우건설, 해안건축이 공동으로 한국갤럽조사연구소를 통해 조사한 ‘2010년 주거공간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한옥에 호감을 가진 응답이 48.1%에 이르렀다. 또 향후 전원주택으로 한옥을 사고 싶다는 답변이 31.8%로 한옥에 일정 수요가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경제 발전으로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이제 전통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나라마다 기후와 문화에 맞는 전통 가옥이 있기 마련”이라며 “난방과 일부 불편한 점만 보완하면 한옥은 자연 통풍이 잘되고 친환경 자연재료로 만들어져 기술적으로도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한 공공기관들은 3, 4년 전부터 한옥 연구를 계속해 왔지만 용적률이 낮아 조성 원가가 높다 보니 실제 건축으로 이어지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고층 아파트를 떠나 타운하우스를 찾는 수요가 늘고 노후를 대비해 세컨드 하우스를 고려하는 사례도 많아지면서 한옥도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때가 됐다는 의견이 많다.

김 사장은 “한옥을 사거나 새로 지으려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져 여력이 충분해졌다”며 “현재 서양식 주택에 맞춰져 있는 각종 법규를 한옥에 맞게 고치는 등 제도 개선이 뒤따르면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LH, 보금자리지구에 한옥평면 적용

당장 한옥 단지를 대거 조성하는 것은 사업비 등의 문제로 다소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아파트 내부를 한옥식으로 꾸미는 것은 가능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한옥 구조를 담은 새로운 주택평면을 개발해 보금자리지구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발코니 확장을 한 전용면적 84m²를 기본으로 사랑방, 한실, 안마당, 다실 등 총 4개 유형이다. 이번에 개발된 ‘한국형 LH주택’은 3차 보금자리지구인 하남 감일 7블록에 시범 적용되며 향후 시장 반응에 따라 LH가 공급하는 주택에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각 유형은 주제별로 한옥의 특징적 구조를 아파트 내부에 옮겨 놓은 것으로 입주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사랑방형’은 손님들을 맞이하고 담소를 나누던 전통 사랑방을 재현했다. 현관과 바로 연결된 공간을 만들어 손님 응대 및 가족 취미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전통 창살과 창호지로 제작된 미닫이문을 통해 분리하거나 넓힐 수 있어 자유로운 공간 활용도 가능하다. ‘한실형’에는 거실과 주 침실 사이에 별도 공간을 마련했다. 낮에는 거실로 쓸 수 있고 밤에는 침실의 일부로 쓸 수도 있다. ‘안마당형’은 발코니 확장으로 확보한 공간에 전통 한옥의 마당 개념을 도입한 구조다. 꽃과 나무를 가꾸는 화단을 꾸미거나 장독대 등을 두는 가사공간으로 쓸 수 있다. 조희원 LH 주택디자인처장은 “그동안 획일화된 서구식 아파트에 한옥을 도입해 전통 주거문화 확산과 다변화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건설사들도 인테리어 면에서 한옥을 접목한 아파트를 내놓고 있다. 대림산업이 서울 용산구 신계동에 공급한 ‘신계 e편한세상’은 한옥 스타일의 격자무늬 문에 흙과 한지를 마감재로 사용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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