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 업체들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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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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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동아일보 자료 사진
경기도 파주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개성공단에서 반도체 관련 금형부품 업체 ‘㈜티에스피’를 운영하는 윤성석 대표는 평소 하루 평균 2대의 차량으로 20t가량의 자재를 개성으로 실어 날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통행제한으로 10t도 안 되는 물량만 개성으로 보낸다. 개성 체류 직원도 평소의 절반으로 줄어 공장 관리도 어렵다. 피해 비용은 아직 계산조차 안 나온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이후 3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정부의 개성공단 통행 제한으로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원·부자재 부족으로 생산량이 줄었으며, 관리인원이 달려 불량률이 늘고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14일 현재 개성공단으로 들어갈 수 있는 차량은 입주기업당 1대로 제한돼 하루 평균 120여 대의 차량이 원·부자재를 실어 나르고 있는 셈이다. 통행 제한 조치가 있기 전 하루 평균 약 300대의 차량이 투입됐던 것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달 29일부터 지난주 초까지는 업체 구분 없이 하루 50∼70대의 차량 통행만을 허용하면서 입주업체들은 물류비 상승과 운송시간 지연이라는 이중고까지 겪었다. 한 입주업체 대표는 “당시 10t 트럭 기준 70만 원 정도 하던 운송비가 100만 원으로 뛰어 올랐다”며 “약 10일간 물류비 상승으로 1000만 원 이상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체류 인원 제한도 입주기업엔 무거운 짐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9월 말 804명이던 개성공단 인원은 14일 오전 8시 현재 463명으로 줄었다. 정부가 신변 안전을 이유로 체류 인원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주기업들은 관리 인원 부족으로 물건을 만들고도 제때 검수를 하지 못해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거나 불량률이 높아진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임동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이 상태가 계속되면 바이어의 신뢰를 잃어 동남아시아나 중국에 물량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통행 제한 조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꼬인 남북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바로 제한 조치를 풀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북한의 추가 무력 도발에 대비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어 방북 제한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며 “모든 입주기업이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생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방북 인원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공단 가동 제한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평가하면서도 실효성에는 의문을 나타냈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개성공단을 북한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하고 있지만 결국 피해는 입주업체들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입주기업과 협의를 통해 상황별 제재 유형을 공식화하는 등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 대한 보상책 마련 등을 위한 논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협의체인 개성공단입주기업대표자회의는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한대학원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반복되는 개성공단 문제를 풀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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