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이지송 LH사장 농성장서 밤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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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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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요구 10여명과 텐트 대화… “대책 마련” 설득하자 단식 풀어

7일 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차장 터의 천막농성장에서 이지송 LH 사장(오른쪽)이 경기 파주시 운정3지구 택지개발예정지구 농성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 LH
7일 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차장 터의 천막농성장에서 이지송 LH 사장(오른쪽)이 경기 파주시 운정3지구 택지개발예정지구 농성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 LH
한파가 매서웠던 7일 밤. 퇴근길에 나선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향한 곳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이 아니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LH 본사 앞 주차장터에 멈춘 이 사장은 이곳에 세워진 텐트로 불쑥 들어섰다.

이 텐트에서는 6일부터 경기 파주시 운정3지구 주민 10여 명이 즉각 보상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 사장은 농성장 바로 옆에 텐트를 하나 더 치라고 지시했다. 올해 70세인 이 사장은 여기에서 주민들과 대화하며 밤을 지새웠다.

파주 운정3지구는 경기 파주시 교하읍 일대 695만1000m²의 택지개발예정지구. 2007년 지구로 확정된 뒤 주민들은 곧 토지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대출을 받아 인근에 대체 토지를 샀다. 하지만 이들은 LH의 재무 사정이 크게 악화돼 보상이 늦어지면서 막대한 이자 부담에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에 파주발전시민연합회를 중심으로 사업재조정 결과 발표와 LH 사장 면담을 요구해 왔다.

이 사장은 8일에도 농성텐트를 찾아 몇 차례 주민들을 직접 만났다. 그는 “이 추운 날 천막을 치고 고생하는 주민들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어려워 뾰족한 수가 없다”며 “앞으로도 계속 주민들과 대화하고 최대한 피해가 돌아가지 않게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득했다. 또 농성 주민들이 추위에 떨지 않도록 천막에 전기를 공급하고 전기난로, 전기장판, 보온막 등도 설치하도록 했다. 70세 고령의 이 시장이 온몸을 던지자 주민들도 일단 물러섰다. 당초 일주일 동안 단식농성을 계획했던 주민들은 요구는 계속하되 8일 저녁 단식을 풀고 9일 철수하기로 했다.

8월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LH는 미분양 자산 판촉활동, 휴일 정상근무, 비리연루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 8일에는 내년 임직원 급여의 10%를 반납하는 경영계획안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자구책만으론 120조 원에 이르는 부채 부담을 덜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다. 재무개선의 핵심인 LH공사법 개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재정지원 등 정부지원 방안은 부처 간 이견으로 지연되고 있다. LH 관계자는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이달 20일을 전후해 자구책과 사업재조정 계획을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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