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추운 겨울… 경기선행지수 10개중 9개 ‘마이너스 적신호’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건설업계 “내년 사업목표 손놓고 있다”… 기계업계 “입찰건수 줄텐데 수주 걱정”

중견 건설업체 A사는 연말이지만 딱히 정해진 새해 계획이 없다. 매년 투자 계획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아예 돌아보지도 않는다. 은행권이 PF 부실을 우려해 보증에 더욱 깐깐해져 안 그래도 힘든 수주 길이 사실상 막혀 버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경기가 좀 나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대기업이 아니라면 솔직히 호전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체 B사도 내년 수주 목표치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내년 공공기관들의 발주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들어버린 민간 부문 대신 관공서의 물량에 매달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올해 초부터 확 줄어든 뒤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회사는 내년 수주 목표가 예년 수준을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는 성장률 6%대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 현장에선 벌써부터 경기 둔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 ‘적신호’ 5개월 만에 2배 이상 증가

한국 경제의 앞날을 미리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에도 경기 둔화를 알리는 적신호가 급증하고 있다. 선행종합지수를 구성하는 10개 지표 가운데 10월 건설수주액은 9월보다 29%나 줄었다. 지표들 가운데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건설 경기의 침체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건설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경기 둔화 신호가 급증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선행종합지수의 10개 구성지표 가운데 마이너스를 나타낸 지표는 5월에만 해도 4개에 불과했지만 10월 들어 9개로 늘어났다. 코스피만 빼면 모든 지표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선행지수는 약 6개월을 앞서 경기를 보여주는데 최근 10개월 동안 안 좋게 나타났다”며 “경기가 상당 기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 일선에서도 적신호를 체감하는 분위기다.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기업들은 내년에 유가,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데다 북한 리스크가 끝난 뒤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원화가치 상승) 수출에 타격이 클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기계업계 입찰 건수도 줄어

건설에 이어 수주액이 큰 폭으로 줄어든 기계업계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장비 제조업체 C사는 지난해에도 우울한 연말을 보냈다. 올해 초 수주가 늘 것이란 전망을 접하며 희망을 가졌지만 정작 올해 수주는 3분기에 단 한 건에 그쳤다. 내년 수주 실적을 가늠케 하는 올해 입찰 건수도 작년의 80% 수준에 불과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입찰을 위해 사업 견적을 뽑고 제품을 설계하며 정신없이 뛰었던 분위기를 찾을 수 없다”고 전했다.

기업의 재고는 특히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늘어났다. 6월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주문 폭주를 기대했던 TV의 인기가 예상보다 일찍 식어버린 탓이다. 대기업에 TV 부품을 납품하는 한 협력사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대목을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지만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 불안이 잠잠해지면 재고가 빨리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기는 하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수만 바라보면 재고 처리가 힘들 수 있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주요 시장인 미국이 좋아지고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점점 뚜렷해지는 적신호 속에서 기업들은 새해 경영계획에서 어느 때보다 강한 영업경쟁력을 주문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정부도 기업들이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을 갖춰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