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한화L&C의 경영혁신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출도 시설도 포화… 버렸다, 가벼워졌다, 날았다

한화L&C의 프리미엄 마감재인 ‘칸스톤’이 쓰인 주방가구들. 경도가 높은 석영을 주원료로 해서 긁힘이나 파손 위험이 적다. 사진 제공 한화L&C
한화L&C의 프리미엄 마감재인 ‘칸스톤’이 쓰인 주방가구들. 경도가 높은 석영을 주원료로 해서 긁힘이나 파손 위험이 적다. 사진 제공 한화L&C
충북 청원군 한화L&C 부강공장. 건축장식재인 A제품의 생산라인 증설작업이 한창이다. 최근 밀려드는 주문을 모두 소화할 수 없게 되자 라인 증설이 결정됐다. A제품은 2008년까지만 해도 사업 철수를 검토했던 ‘미운 오리 새끼’였다. 경쟁자가 많아지면서 제품가격은 떨어지고 고정비를 감당하기에도 벅찼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기로에 선 한화L&C는 비장한 각오로 구조조정을 결심했다. 수익에 도움이 되거나 성장가능성이 높은 제품만 골라 효율화작업을 벌였고 가능성이 없는 제품은 과감하게 생산을 중단했다. 강도 높은 효율화작업 등 일련의 경영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한 결과 A제품 사업은 블루오션으로 탈바꿈했다. 또 월풀과 샤프, 미쓰비시전자, 하이얼 등 내로라하는 기업에 제품을 공급할 만큼 품질도 인정받았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0호(12월 1일자)는 제품 포트폴리오 구조조정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낸 한화L&C의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기로에 선 성숙 사업

한화L&C는 전통적으로 건축장식재 및 자재업계의 강자였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건설경기가 살아나면서 사정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기술력을 갖춘 경쟁자가 속속 등장했고 제품가격은 떨어졌다. 한때 30%대에 이르렀던 시장점유율이 15%로 추락했다.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일선 영업부서는 매출액을 늘리려고만 했다. 단발성이나 소량 수주라도 무조건 받아들였다. 소량 제품도 생산해야 했기 때문에 공장 직원들의 초과근무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결국 이들의 초과근무수당은 전체 인건비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홍순유 한화L&C 데코영업팀장은 “당시엔 주문을 받는 즉시 매출을 올리려고 늘 다양한 재고를 많이 보유했고 당연히 재고 비용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보통 생산량이 늘어나면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진다. 하지만 한화L&C는 매출을 열심히 올리는데도 수익성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고정비가 늘었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당시 한화L&C는 다양한 아이템을 소량생산했기 때문에 대량생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영업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 사생결단의 순간

결단의 시기가 다가왔다. 당시 3년간(2005∼2007년) 영업이익률이 3% 이하로 저조하지만 노력하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품목을 선정했다. 4개 품목이 나왔다. 이들 품목의 매출액은 2005년 1379억 원에서 2007년 1923억 원으로 급증했지만 영업이익은 29억 원에서 35억 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생산직과 사무직 500여 명이 4개 품목에 매달렸지만 수익률은 지나치게 낮았다.

특히 4개 품목의 투하자본이익률(ROIC·Return On Invested Capital·실제 생산활동과 관련된 일부 자산, 즉 투하자본만으로 계산한 수익률)은 2005년 ―2%, 2006년 ―2%, 2007년 ―3%로 잇달아 마이너스였다. 제조업 ROIC가 대개 1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4개 품목은 사업하는 의미가 없게 된 셈이다.

회사 전체의 수익을 갉아먹는 4개 품목의 존폐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 4개 품목의 매출액(1923억 원)이 전체의 20%나 됐기 때문이다.

한화L&C는 1년간 합리화작업을 해본 뒤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반발도 적지 않았다. 담당 임원이 총대를 멨다.

“자장면도 팔고 짬뽕도 파는 동네 중국집식의 영업을 하면 안 됩니다. 손님이 원하는 대로만 해주다 보면 여러 재료(재고)를 구비해야 합니다. 좋은 재료를 쓰기보다 맛을 좋게 하려고 인공조미료만 치게 되지요. 결국 맛도 나빠지고 손님 발길도 끊깁니다.”(신도호 한화L&C 장식자재사업부장)

○ 돈 안 되면 과감하게 생산 중단

DBR 그래픽
DBR 그래픽
우선 4개 품목을 맡는 조직을 1개 사업부로 합치고 부서 이름을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해 ‘전략사업부’로 결정했다.

전략사업부는 수익성을 잣대로 제품을 네 가지 중 하나로 분류했다. 중소기업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필요 없는 형편없는 제품이 전체의 25%나 됐다. 이들 제품은 즉시 판매를 중단했다. 부가가치가 높지는 않지만 여전히 시장성이 있는 판단 유보 품목은 중소기업에 아웃소싱해서 가격을 낮췄다. 반면 한화L&C 고유의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캐시카우(Cash Cow)’ 및 ‘스타(Star)’ 제품은 판매량을 키워 전체 수익을 높였다. 이런 제품의 경우 거대 고객사라도 납품 가격을 올려주지 않으면 거래를 끊는 것까지 불사했다.

설비 및 운영 효율화에도 적극 나섰다. 저수익 제품 생산을 중단해 관련 설비 7개를 매각했고 남는 설비는 태양광 등 신성장산업 장비로 고쳐 썼다. 또 경남 진해공장을 충북 청원군의 부강공장으로 흡수해 물류비와 고정비를 아꼈다. 여유인력이 불가피하게 생겼지만 명예퇴직을 실시하지 않고 아웃소싱 회사나 부강공장에 재배치했다. 최웅진 한화L&C 사장은 “초과근무를 못해 수입이 줄어드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회사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수익을 높여야 한다는 데 공감했고 이는 혁신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 고객사 제품 개발부터 참여

또 캐시카우와 스타 제품을 팔 수 있는 글로벌 대기업을 위주로 마케팅을 강화했다. 과거에는 물건을 만들고 난 후에 고객을 찾았다. 하지만 구조조정 후에는 고객이 필요한 물건만 만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영업사원, 디자이너, 연구개발(R&D) 직원이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고객사의 신제품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이에 따라 고객의 요구사항도 잘 반영할 수 있었다. 이런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평사원에게도 프로젝트 리더를 맡겨 조직의 민첩성을 높였다.

특히 당시 원-엔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했다. 이로 인해 한국 가전업체나 자동차업체의 원가 부담이 높아졌다. 이에 한화L&C는 마감재를 수입해 쓰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찾아가 국산 재료를 쓰면 원가 부담이 낮아진다고 설득했다. 한국의 대표 기업이 고객사가 되자 다른 곳에서도 주문이 밀려왔다.

○ 보이지 않는 비용과의 싸움

한화L&C는 보이지 않는 비용(invisible cost)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를 위해 ‘어음 제로, 100% 현금 수금’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실행했다. 과거에는 현금 수금 비율이 30∼40% 수준이었다. 어음은 180일 이후에나 회수했고 대손처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을 모질게 먹고 외상 고객사에 물건을 공급하지 않았다. 결국 현금 수금 비중을 90%로 높였다.

○ 합리화는 현재진행형

합리화작업을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판매량이 늘고 매출이익률도 높아졌다. 합리화작업 대상인 4개 품목의 영업이익률은 2007년 1.82%에서 2009년 8.32%로 뛰었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에 1923억 원에서 1960억 원으로 1.9% 오르는 데 그쳤다. 매출액은 제자리여도 영업이익률이 5배나 높아져 내실 있는 성장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김영한 한화L&C 재경 부문 상무는 “합리화작업의 성과가 좋아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500개에 이르는 제품의 수익성을 매달 점검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제품의 생산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안태식 서울대 경영대학장 ahnts@snu.ac.kr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0호(2010년 1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거북이 조직’을 뛰게 하려면 두가지가 필수

▼ Special Report


많은 기업이 실행력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다.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예산과 인력을 투자하지만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도 많다. 조직적 차원에서 실행력을 키우려면 실행력 부족의 원인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해부해야 한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단 한번에, 그것도 한 가지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조직의 실행력을 강화하려면 일부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적 변화가 아니라 조직 내의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 정재삼 이화여대 교육공학과 교수가 수행성과 컨설팅 방법론을 토대로 기업의 실행력 향상 방안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직원들 간 갈등 때문에 실행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한 기업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 기업을 심층 진단해보니 성과를 파악할 시스템 자체가 없었고 관리자의 지식이 부족했으며 작업 환경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를 제대로 진단해야 실행력을 높이는 현실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수행성과 컨설팅 방법론을 경영 현장에 응용해 실행력을 높일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개처럼 살지 않는 방법? 어린애 같은 솔직함

▼ CEO를 위한 인문고전 강독


안데르센의 유명한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은 인문학적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것을 보고도 어른들은 벌거벗지 않았다고 믿으려 했다. 사기꾼 재봉사가 어리석은 사람이나 불성실한 사람만이 임금님의 옷을 보지 못하고 벌거벗은 몸만을 볼 것이라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아이만은 자신이 보았던 그대로 외쳤다. “임금님은 벌거벗었네.” 이 아이는 인문학적 정신을 상징한다. 진정한 인문학자라면 일체의 허영과 가식 없이 인간과 사회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아이와 같은 눈을 가지고 있다. 탁오(卓吾)라는 호로 더 유명한 유학자 이지(李贄)는 솔직한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정말로 한 마리의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어댔다”고 반성했다. 그는 스스로 한 마리의 개처럼 살았다고 솔직하게 토로하는 순간, 그 자신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었다. 철학자 강신주 씨가 솔직하고 당당하게 사는 법을 제시했다.



기강확립에 일벌백계가 정답이 아닐 수도

▼ 전쟁과 경영


1583년 봄 두만강 유역에서 조선인 통역관이 여진족에게 억류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원 부사 김수와 판관 양사의는 병력을 이끌고 통역관이 잡혀 있는 여진족 마을로 갔지만 간신히 목숨만 건져 돌아왔다. 이를 계기로 여진족이 경원성을 습격했다. 김수는 끝까지 항전해 관아와 창고, 무기고를 지켰지만 선조는 크게 흥분해서 김수를 즉결 처형했다. 선조는 당시 파벌화되고 부패한 조직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만약 선조가 애초부터 파벌을 척결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더라면, 조직의 질서를 잡겠다는 목적으로 일벌백계를 활용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조직이 정당하고 공정하게 운영되고 구성원에게서 신뢰를 얻고 있다면 일벌백계는 필요 없다. 합리적인 규정에 의거한 처벌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선조는 공정한 시스템 구축에 실패했다. 임용한 경기도 문화재 전문위원이 억울한 죽음을 가져온 일벌백계의 폐해를 정리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