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은 ‘트윗 중’… 직원들은 ‘고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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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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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기를 끌면서 SNS에 동참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도 늘고 있다. 한 기업을 대표하는 CEO의 SNS는 일반인의 SNS를 훨씬 뛰어넘는 파급력을 가진다. 일반인에게 기업을 친근하게 알릴 수 있고, 조직원들과의 소탈한 대화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렇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CEO의 SNS 활동에도 명암(明暗)이 갈린다. CEO의 SNS 활용 성향에 따라 기업을 웃게 하기도 하고 조직원을 울게 하기도 한다.

○ CEO 트위터는 일당백 홍보맨

스타급 CEO 트위터리안(트위터 이용자)을 꼽으라면 단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박용만 두산 회장을 들 수 있다. 이들은 트위터에 개인적인 이야기나 경영 관련 이야기를 격의 없이 적어 일반인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정 부회장의 트위터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고객들이 올린 불만이나 칭찬에 즉각 반응해 ‘민원 창구’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인터넷에 ‘박용만 어록’이 떠돌 정도로 젊은층에게 인기인 박 회장의 트위터는 구직자들 사이에 두산 선호도를 높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 회장과 정 부회장은 한국PR기업협회가 PR전문가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0일 발표한 ‘홍보 잘하는 오너 경영인’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두 CEO가 트위터를 통해 기업이미지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직원 및 대중과 소통을 활발히 한 것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특히 전문 경영인과 달리 오너 경영인의 경우 대중과 격의 없이 소통하느냐가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 등도 SNS를 통해 소통하는 대표적인 CEO로 꼽힌다.

○ 회사관련 소식 알렸다 곤욕


한 중견기업의 A 부장은 최근 점심 식사에서 몇 차례 따돌림을 당했다. 한창 트위터에 빠진 CEO가 오전에 ‘오늘은 냉면이 당기네요’라는 식의 글을 올리면 발 빠른 젊은 직원들이 냉면집 추천 대화를 주고받고, 이 과정에서 CEO와 트위터를 한 직원들만의 점심 식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A 부장은 “CEO가 트위터를 시작한 뒤 간부들이 엉뚱하게 소외되는 일이 종종 생긴다”고 푸념했다.

CEO의 SNS 활동으로 대외적인 문제가 생기거나 조직 내부의 스트레스가 커지기도 한다. CEO가 SNS의 인기를 끌기 위해 회사 관련 소식을 SNS를 통해 터뜨린다거나 사내 행사에 외부인을 불쑥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흔한 사고다.

매달 직원 친목 오찬을 여는 한 중견 기업의 경우 최근 모임에 거래처인 대기업 관계자들이 갑자기 참석해 서로 어색한 상황이 벌어졌다. CEO를 대신해 모임을 주재한 임원이 SNS에 모임 계획을 올렸고, 이에 대해 코멘트를 한 이들을 불쑥 모임에 부른 탓이다.

○ SNS도 ‘마이 웨이’ 추구형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왼쪽)과 박용만 두산 회장은 트위터를 잘 활용하는 CEO로 꼽힌다. 최근 두사람이 함께 찍어 트위터에 올린 사진. 출처= 정용진 부회장 트위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왼쪽)과 박용만 두산 회장은 트위터를 잘 활용하는 CEO로 꼽힌다. 최근 두사람이 함께 찍어 트위터에 올린 사진. 출처= 정용진 부회장 트위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NS의 효시 격인 싸이월드로 공전의 히트를 친 SK의 총수답게 ‘독자적인 SNS’를 쓴다. SK는 8월 그룹 포털 ‘톡톡’을 개통했다. 여기서 사내 트위터 격인 ‘틱톡(TikTok)’을 가동하고 있는데 최 회장도 이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틱톡은 폐쇄적인 사내 망이긴 하지만 임직원들이 서로를 팔로하면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은 SNS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계열사 CEO들도 SNS를 거의 쓰지 않는다. 그룹의 위상이나 규모를 감안할 때 CEO가 직접 SNS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어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 대신 그룹 차원의 SNS를 통해 CEO의 근황을 알리는 편이다. 삼성은 3월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 소식을 그룹 공식트위터를 통해 가장 먼저 알렸다. LG 관계자는 “큰 기업은 그룹별 SNS가 잘돼 있어서 CEO가 직접 SNS에 나설 필요성이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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