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일과 삶]김종식 타타대우상용차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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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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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로 전국 타타타… “삶은 도전이죠”

김종식 타타대우상용차 대표이사 사장이 자신의 애마인 혼다 ‘골드윙’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2006년부터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한 그는 “오토바이를 타려면 정신이 날카로워야 한다”며 “욕심 같아선 70, 80세까지도 타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사진작가 곽정일 씨
김종식 타타대우상용차 대표이사 사장이 자신의 애마인 혼다 ‘골드윙’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2006년부터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한 그는 “오토바이를 타려면 정신이 날카로워야 한다”며 “욕심 같아선 70, 80세까지도 타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사진작가 곽정일 씨
“남자 나이 50세가 인생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포인트잖습니까. 쉰이 넘으니까 제가 점점 더 보수적으로 되는 것 아닌가, 내가 아는 것만 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싶더라고요. 1년에 한 가지씩 새로운 걸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4일 만난 김종식 타타대우상용차 대표이사 사장(55)은 2006년 오토바이를 처음 타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릴 때 꿈도 아니었고, 모터사이클에 대한 환상도 없었단다.

○ “역경 툭툭 털고 새로운 도전”

이렇게 취미를 시작할 수도 있나? 김 사장은 “처음에는 주변의 만류와 나 스스로 가졌던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중요했지 오토바이 자체에 의미를 두진 않았다”며 “자신감이 붙으면서 재미가 생겼고 즐기는 단계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기자에게 “중고 오토바이 시장에 가보면 새것 같은 제품들이 싼 가격에 많이 나온다”며 “왜 그런지 짐작이 되느냐”라고 물었다. 막연히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 비싼 오토바이를 샀다가 사고를 내거나 두려움에 라이딩을 포기하는 중년 운전자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김 사장도 처음에 옷과 신발이 찢어지고 피가 나는 사고를 겪었다. 처음부터 오토바이 취미를 반대하던 부인을 태우고 가다가 넘어지는 사고를 냈을 때에는 망신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툭툭 털고 다시 시작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새로운 도전을 벌이고, 역경을 겪어도 툭툭 털어내는 자세를 익혔던 것 같다”며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어 서울로 온 가족이 이사를 했을 때에도 열등감을 갖지 않고 새 환경에 적응하려 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를 나온 공학도 출신으로 미국 퍼듀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글로벌 기업인 커민스엔진 본사 중앙연구소에서 일하며, 미국 현지에서 교수 자리까지 제안 받았지만 결국 그가 택한 것은 경영이라는 낯선 길이었다. 꼭 1년 전을 돌이켜보면 그가 타타대우상용차 사장에 취임할 때에도 일각에서는 걱정 섞인 시선을 보냈다. ‘상용차업계에서 일한 경력이 없지 않으냐’ ‘협력업체인 엔진회사에서 일하다가 원청업체 사장으로 와서 조직을 잘 이끌 수 있겠느냐’는 등 한국적 정서에서 비롯된 우려였다.

“이게 제 기본 철학입니다. 가능성이 보여서 일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부닥쳐 보면서 내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해요. 커민스엔진에서 동아시아 총괄 대표이사를 맡았을 때에는 중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상태에서 사장을 하러 중국으로 갔어요.”

물론 취임 1년이 된 요즘, 타타대우상용차에 김종식 사장 체제가 확고히 뿌리 내렸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부드러운 남자? 일처리는 확실

도전 정신, 리더십, 오토바이 같은 단어를 엮다 보면 뭔가 ‘마초’스러운 권위적 남성을 떠올리기 쉽지만 정작 김 사장은 소통의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 있다. 타타대우상용차 사장이 될 당시 주변 우려 중에는 ‘부드러운 스타일의 김 사장과 보수적이고 딱딱한 사풍의 트럭 회사가 잘 안 어울린다’는 것도 있었을 정도다.

그가 요즘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 기종도 굉음을 내는 할리데이비슨이 아니라 조용하고 진동이 적은 혼다 ‘골드윙’이다. 김 사장은 “제 개성을 반영하는 머신이자 뒷좌석에 앉는 아내가 가장 편안해하는 모델”이라고 말한다. 배기량은 어지간한 중형차급(1.8L)이면서 모터사이클 전용 에어백과 미끄럼방지제동장치(ABS) 등 안전장치를 충실히 갖춘 기계다.

‘부드러운 남자’라는 평가에 대해 당사자는 “아마 제가 머리가 은발이고 상대방의 지위와 관계없이 늘 존댓말을 쓰는 버릇이 있다 보니 밖에서 저를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강인한 면모를 보인다는 게 직원들의 평가다.

요즘은 자신을 포함해 취미가 같은 최고경영자(CEO) 동료 부부 세 쌍이 1년에 두 번씩, 봄가을마다 2박 3일 일정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다닌다. 국도를 따라 달릴 때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로 갔더라면 알지 못했을 경치를 몸으로 느끼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인터컴 장치로 뒷좌석의 아내와 평소 못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취미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오토바이 여행을 떠날 때에는 동료들끼리 돌아가며 맡는 팀 리더가 목적지는 정하되 일정표는 만들지 않고 그때그때 내키는 곳에서 식사를 하고 숙소를 잡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충주호에 다녀왔다.

내년 그의 목표는 그간 30% 수준이었던 내수 시장 점유율을 40%로 올리는 것이다. 김 사장은 “그 10%포인트를 끌어올리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며 “처음 오토바이를 배울 때 넘어졌어도 툭툭 털고 일어났던 내 경험과 철학이 직원들에게 조금씩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경영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1년에 한 가지씩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결심에 따라 올해는 트럭 운전을 배웠고 내년에는 클라리넷을 배울 예정이다. 대형트럭 운전면허를 딴 것은 고객과 시장을 더 이해하기 위해서였고, 클라리넷을 배우는 것은 훗날 아들의 결혼식에서 연주해주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김종식 사장은

―1955년 전북 전주 출생

―1977년 서울대 공업교육과 졸업

―1886년 미국 퍼듀대 기계공학박사

―1986년 커민스엔진 선임 책임연구원

―1991년 커민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2000년 커민스엔진 동아시아 총괄

대표이사

―2003년 커민스엔진 아시아 총괄본부장

―2009년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T)

교수

―2009년 10월∼ 타타대우상용차

대표이사 사장

―2010년 1월∼ 주한 인도상공회의소

초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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