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대금으로 제시한 佛 나티시스은행 잔액증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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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단, 1조2000억 인정여부 새벽까지 격론

현대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치열했던 현대건설 입찰에서 현대그룹의 결정적 승리 요인이 됐던 ‘1조2000억 원’의 출처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대금 5조5100억 원 가운데 21.8%인 1조2000억 원을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예치금으로 조달하겠다고 제시했다. 이 예금은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프랑스 현지법인 명의로 예치한 것. 경쟁자였던 현대차그룹은 이 ‘1조2000억 원’을 예상하지 못해 현대그룹에 비해 낮은 금액인 5조1000억 원을 인수대금으로 써냈고, 결국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지 못했다.

18일 현대건설 채권단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심사가 진행된 16일 새벽까지 심사에 참여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HMM프랑스) 소유의 잔액으로 증빙된 이 자금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그 이유는 총자산이 215만8000유로(약 33억 원)에 불과한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이 1조2000억 원이라는 거액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까지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 채권단으로부터 재무구조개선약정(MOU)을 종용받았던 현대그룹이 해외에 이처럼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었던 점도 의문을 더했다.

그러나 평가단은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에 직접 확인해 잔액이 실제로 있음을 확인하고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채권단 관계자는 “당시 평가단에는 외환은행 우리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운영위 3곳과 매각 주간사회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 30여 명이 참여했다”며 “2중, 3중으로 점검해 은행 잔액에 문제가 없는지, 인출 제한이 돼있는지 등을 모두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금의 출처는 알 수 없지만 법률 자문한 결과 그 돈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채권단은 만약 현대그룹이 인수대금을 제때 납입하지 못하면 계약을 파기하고 차순위 협상대상자와 계약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자금 출처를 추가로 파악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자금의 출처와 성격(차입금인지 여부 등)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에 대해 하종선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은 “나티니스 은행의 금액(잔액)은 1조2000억 원이 맞고,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자금 출처에 대해서는 주식매매 계약서(SPA)에 사인한 이후 모두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나티시스 은행은 프랑스에서 예금시장 점유율 22%, 고객 3700만 명을 보유한 프랑스 내 2위 은행이다. BPCE그룹의 일원으로 2만2000여 명의 임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투자자문, 소매금융, 보험 등을 취급하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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